[이슈Law] 고해성사로 범죄 자백...비밀은 어디까지 보호해야 할까

입력 2025-10-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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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남 목포의 한 성당 사무장이 5억여 원의 헌금을 빼돌린 범행을 고해성사로 털어놨다가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고해성사 내용은 절대 발설해서는 안 되지만, 범행을 알게 된 성당 측은 논의 끝에 경찰에 고소해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종교적 비밀은 어디까지 보호되어야 하는지는 오래된 논쟁거리입니다. 고해성사 비밀의 한계와 책임을 허윤 변호사(법무법인 동인)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교회 유지 근간...끝까지 비밀 보호해야" vs "예외 필요...중대범죄 은폐, 오히려 해악"

5억 원에 육박하는 신도 헌금을 횡령, 암호화폐(코인) 투자를 했다가 사기로 모두 날린 성당 사무장에 대해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전남 목포경찰서는 지난달 22일부터 업무상횡령 혐의로 목포의 한 성당 사무장 60대 남성 A 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토지 매입 계약비와 건축비 명목으로 헌금을 지인 계좌로 이체한 뒤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돈을 빼돌렸고, 이를 투자 리딩방에 송금했다가 사기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건이 주목받은 이유는 범행이 드러난 경위 때문이다. 경찰은 애초 브리핑에서 A 씨가 신부와의 고해성사 과정에서 범행을 자백했고, 이를 성당 측이 고발해 수사가 시작되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가톨릭 교회와 경찰은 곧바로 “고해성사가 아닌 개별 면담에서 이뤄진 자백이며, 본인의 자수로 수사가 진행됐다”고 정정했다.

그런데도 고해성사면 무조건 비밀로 보호돼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가톨릭 교회법 제983조는 “고해성사의 비밀 봉인은 불가침”이라 규정한다. 사제는 어떠한 이유로도 참회자의 고백을 발설할 수 없으며, 이를 어길 경우 파문당할 수도 있다. 이 원칙은 단순한 규율을 넘어, 신자들이 두려움 없이 죄를 고백하고 회개할 수 있게 하는 종교적 신뢰의 기반이 된다.

종교계는 바로 이 점을 들어 범죄가 고해성사에서 드러났다고 하더라도 비밀은 끝까지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헌법 역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해 고해성사에 대한 종교계 입장을 지지한다. 헌법 제20조는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고 선언하고 있는데, 이는 신앙을 선택할 자유뿐 아니라 그 질서를 유지할 자유까지 포함한다.

가톨릭 교회에서 고해성사는 구원론을 토대로 한 핵심적 의식으로, 그 비밀이 보장되지 않으면 신자들은 더는 안심하고 고백할 수 없게 되고, 이는 가톨릭이 유지되는 근간을 흔들 수 있다.

또 일부 고해성사의 공개를 강제하다 보면, 국가가 종교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명분을 줄 수 있다. 수사 편의가 신앙과 양심을 압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종교와 국가의 분리라는 헌법적 원칙에도 반할 수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 (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사회 정의와 피해자 보호를 위해서는 일정한 예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테러, 살인, 아동학대와 같이 생명과 직결되는 중대한 범죄가 고해성사라는 이유만으로 은폐된다면 사회적 해악은 오히려 더 커진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법률로 제한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종교의 자유도 절대적 권리가 아니며, 타인의 생명권이나 신체 안전과 충돌할 때는 제한이 불가피하다는 취지다.

나아가 헌법 제10조에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된 것처럼, 종교의 자유가 중요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생명권과 인권을 침해할 수는 없으며, 종교단체 역시 범죄 사실을 함구하기보다는 국가와 협력해 피해자를 보호하고 사회적 해악을 처단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 국가는 고해성사 비밀의 절대성을 제한하고 있다. 호주는 아동성학대 사건을 계기로 설치된 로열커미션의 권고 이후, 여러 주에서 성직자가 고해성사 중 알게 된 아동학대 사실을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미국 워싱턴주는 올해 성직자가 고해성사를 통해 알게 된 아동학대 사실을 반드시 신고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뉴햄프셔·노스캐롤라이나·오클라호마·로드아일랜드·테네시·텍사스·웨스트버지니아 등에서도 유사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허윤 변호사는 “고해성사의 비밀은 ‘종교의 자유’의 본질적 영역으로 존중되어야 하지만, 아동학대나 테러와 같은 중대범죄의 경우 보호를 제외하자는 의견도 설득력이 있다”며 “종교계와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함께 지켜나가는 위해 예외 범위 한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움]

허윤 변호사는 법무법인 동인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방위사업청 옴부즈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 서울특별시의회 입법법률고문, 언론중재위원회 자문변호사, 기획재정부 사무처 고문변호사 등으로 활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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