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포괄적인 배임죄 구성요건...기업결정 사후적 기소되는 문제
정부와 여당이 형법상 배임죄 폐지를 기본 방향으로 정한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배임죄 적용 범위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앞으로 대체 입법 작업을 정교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회적 논란이 큰 배임죄 대체 입법은 연내 처리가 어려워 내년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30일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2025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1심 형사 공판사건 무죄율은 지난해 3.1%로 집계됐다. 하지만 죄명별로 보면 횡령‧배임죄 무죄율이 7% 안팎에 달해 전체 형사사건을 두 배 이상 웃돈다.
현재 배임죄는 형법, 상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 여러 법률에 분산‧규정돼 있다. 법무부에 의하면 최근 5년간 배임죄 1심 판례는 3300여 건으로 기업 임직원뿐 아니라 교회‧학교‧조합‧입주자대표회의‧공무원 등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됐다. 가상화폐 범죄, 사업기회 유용 같은 신종 경제범죄에도 배임죄가 쓰였다.
이 중 당‧정이 폐지하기로 한 형법상 배임죄는 형법 제356조로 ‘업무상 임무에 위배해 배임한 경우 10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동안 배임죄 구성요건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는데 추상적 요건 때문에 기업 의사결정이 사후적으로 기소되는 문제가 반복됐다.
민철기 법무법인(유한) 율촌 변호사는 “배임죄의 가장 큰 문제는 타인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범위가 넓고 임무 위배 행위 의미가 모호하다는 점”이라며 “행위 당시 의사결정이 배임인지 여부를 명확히 알 수 없어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사후 법적 잣대를 들이대면서 무리하게 형사 처벌하는 수사기관 관행이 존재했다”라고 꼬집었다.

이에 배임죄를 손질하겠다는 당‧정 방침에 법조계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다만 그 작업은 신중을 기해 추진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지평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사의 주주 이익 보호 의무 및 책임을 강화하는 개정 상법에 대한 보완 방안으로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 및 상법상 특별배임죄 축소 혹은 폐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에 따른 업무상 배임죄 가중처벌 폐지 △형법에 ‘경영판단 원칙’ 명문화 등 다양한 논의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우주 김앤장 변호사는 “3차 상법 개정 협의 과정에서 배임죄 등 이사의 민사‧형사상 책임제도 개선 검토 경과를 지속해서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배임죄를 폐지하되 처벌 공백을 막을 대체 입법 마련에 착수한다. 하지만 고의적‧중대한 침해에는 민‧형사 책임을 강화한다. 형법 개정 사안인 배임죄는 이번 국회의 일괄 제출 대상에서 빠지고, 별도 입법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박일경 기자 ekpa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