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규제부처가 에너지 총괄…산업계 부담
재생E 강화·원전 축소?…부처간 갈등 불씨

환경부에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기능을 합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닻을 올린다. 극한 기후위기 국면에서 통합적이고 일관된 정책 대응을 하겠다는 취지지만, 그간 규제 부처로 인식된 환경부가 에너지 진흥까지 아우르는 것과 정책 혼선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29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다음달 1일 기후부가 출범한다. 환경부에 산업부 에너지 기능을 이관해 부처 규모와 권한이 대폭 확대됐다. 1차관은 물관리·대기·자원순환 등 환경 분야를, 2차관은 산업부에서 넘어온 에너지 부문, 기존 환경부의 기후탄소실을 담당할 전망이다.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 에너지공기업 20여 개도 산업부에서 기후부로 이관된다.
기획재정부가 관리했던 기후대응기금·녹색기후기금은 재정경제부로의 기재부 조직개편이 마무리되면 기후부로 이관된다.
기후부 출범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만큼 예정된 수순이었다. 하지만 부처 신설이 아닌 환경부 기반의 산업부 에너지 부문 흡수 방식으로 빠르게 마무리된 만큼 야권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우려 목소리가 작지 않다. 환경부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 자연보전 등을 위한 고강도 규제를 추진해 온 만큼 산업계 부담이 가중되는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이 수립될 수 있고, 향후 에너지 관련 한미 통상 협상에서도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앞서 당 회의에서 "기후부는 해상풍력 육성과 해양 오염 규제 중 무엇을 우선할 것인가"라며 "미국과의 액화천연가스(LNG) 협상이 있을 텐데 에너지 현안인지, 자원 현안인지, 어느 부처가 맡을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특히 기후부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 초대 수장이 될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원전이 아닌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중심의 탈탄소 전환에 무게를 싣고 있다. 김 장관은 6월 환경장관 지명 이후 "재생에너지를 주에너지원으로 쓰고 원전을 보조에너지원으로 쓰면서 빠른 속도로 탈탄소 정책을 펴는 게 핵심적 에너지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에 이은 '탈원전 재추진' 논란이 제기되자 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적절히 섞어서 가는 게 한국의 장차 에너지정책이 돼야 한다"며 톤을 약간 수정했다.
이러한 가운데 원전 정책은 기후부, 원전 수출은 산업부가 맡게 되면서 두 부처의 충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장관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된 신규 원전 2기 건설은 공론화를 거쳐 재판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산업부는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때문에 신속한 기후대응 정책 의사결정, 중복사업 구조조정, 효율적 예산 배분 등 당초 정부가 기대한 기후부의 순기능이 작동하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환경부도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해 기후부 출범 전 탄소검증제 2단계 이상 기준을 통과한 태양광 모듈에 1100억 원 규모의 '탄소중립설비 지원사업' 가점 최대 3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친환경 '산업 진흥'에도 힘을 싣는 모습이다.
탄소검증제는 태양광 모듈 제품의 제조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산정·검증하는 제도로, 외국 제품도 대상에 포함되지만 한국으로의 수출 과정에서 추가적인 탄소 배출이 불가피해 사실상 국산 우대 정책으로 평가된다. 올해 기준 탄소검증 1등급은 배출량 630kg·CO2/kW 이하, 2등급은 630~655kg·CO2/kW 이하다. 1등급을 받으려면 1KW의 태양광 모듈 생산 전 공정에서 630kg 이하로 탄소를 배출해야 한다는 의미다. 가점 1점만 받아도 현행 탄소중립설비 지원사업 지침상 선정 여부가 갈릴 수 있기에 3점은 파격적인 점수로 평가된다. 이 사업에 선정된 기업은 최대 100억 원(사업장 최대 60억 원)의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글로벌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기에 산업 진흥을 위해서도 빠른 정책적 판단이 중요하다. 규제와 진흥이 마냥 떨어져 있는 건 아니다"라며 "수출 확대를 위해 규제해야 할 것은 미리 준비하고 정부 지원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하게 재정을 투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