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자국 방산 중심 심화하는데⋯쏠림 현상은 여전
기업 간 갈등 등 내부 리스크까지⋯정부 대응 요구 커져

#최근 방산업체 A사는 내부 지시에 따라 희토류 공급망 리스크를 검토한 결과,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희토류 수급 불안은 소재·부품업체에서 먼저 발생하는 문제로, 완제품을 조립·통합하는 방산업체는 당장은 영향받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소재·부품업체의 희토류 수급 문제로 무기 납기 지연 등이 발생해도 ‘정부가 알아서 대처해줄 것’이란 업계 전반의 안일한 대응이 오히려 위기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방산업체 관계자 B 씨는 부족한 정책 금융지원이 업무상 큰 고민이다. 유럽 일부 국가에 수출이 쏠려있는 K-방산의 구조적 특성상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하지만, 자금 조달 여건이 녹록지 않아 시도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이처럼 연이은 방산기업의 호실적 뒤에는 잠재된 불안 요인이 적지 않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 강화, 유럽의 보호무역 기조와 수출 쏠림 현상, 방산업계의 내부 갈등 등 구조적 리스크가 누적되면서 호황의 지속 가능성에도 의문이 제기되는 분위기다.

14일 중국의 관세청에 해당하는 해관총서(GACC)에 따르면 9월 중국의 희토류 수출량은 4000.3톤(t)으로 전달보다 30.9% 감소했다. 올해 4월 희토류 7종(사마륨·가돌리늄·테르븀·디스프로슘·루테튬·스칸듐·이트륨)에 대한 수출 허가제자 시행된 뒤 6월 7742t까지 늘었다가, 이후 연속 하향 흐름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그런데도 국내 방산업계 내부에서는 여전히 위기 인식이 낮다. 앞서 언급된 A사를 비롯한 대다수 방산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를 떠올리며 이번에도 상황이 크게 악화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해외 수급 원부자재 공급난이 발생하자, 정부가 납기 기간 연장과 지체상금 면제 조치를 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정부가 나서줄 것이란 기대감이다.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민수 사업군처럼 곧바로 영향이 오진 않는다”며 “소재산업 쪽이 먼저 영향을 받고, 체계 산업 쪽이 영향받기 때문에 모니터링은 하지만 문제가 가시화하지는 않은 단계”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점이다. 한국군 납품 중심이던 팬데믹 당시와 달리, 현재는 해외 수출이 대다수라 정부의 직접 개입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달은 정부가 유연하게 대처에 나설 수 있지만, 수출 계약이 외국이라면 상대국 판단이 필요해 지체상금이나 납기 연장 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안일하게 있다가 공급망 이슈가 커지면 여파가 클 것 같다”고 경고했다.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국(NATO)를 중심으로 유럽 방위산업 육성을 위해 역내 무기 정책이 강화하고 있는 점도 위기 요인이다. 유럽은 자국산 부품 비중을 65% 이상으로 의무화하는 이른바 ‘바이 유러피안’ 정책을 추진 중이다. 폴란드 등 유럽 시장에 수출이 집중된 국내 방산업계로선 이 기조가 강화하면 그만큼 수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에 국내 방산업체들은 신(新) 시장 개척에 관심을 두고 있으나, 방산수출 금융지원이 선진국에 비해 취약해 이 또한 어려운 상황이다. 대규모 장기 계약이 필수인 방산 수출은 금융 지원이 필수적이나, 한국은 수출입은행 지원 수준이 전부다. B 씨는 “유럽 수요 둔화에 대비해 중동이나 동남아시아 등 신규 시장 개척에 업계 관심이 높다”면서도 “중동은 금융지원 여부나 액수를 상당히 중요하게 여기는데, 국내 수출금융 지원책이 경쟁국에 비해 부족해 진출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국내에서는 내부 리스크도 심화하고 있다. 주요 업체 간 사업권 분쟁이나 인력 이동 문제 등이 불거지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수장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경영 공백 우려도 나온다. 최근 불거졌던 한국형 전자전기(Block-I) 체계개발 사업 수주전에서 대한항공-LIG넥스원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한화시스템 컨소시엄이 강하게 맞붙었던 것과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에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수년 째 갈등하며 표류 중인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가시적으로 보이는 수출 성과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공급망 우려와 금융, 연구개발 등 전반을 점검해야 할 때”라며 “올해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업계 갈등이나 요구 사항 등을 반영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