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청약시장이 대출규제와 고분양가에도 쏠림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전국 청약자 절반이 서울에 몰리며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7일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9일까지 전국 1순위 청약 접수 건수는 45만3548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서울 청약 접수는 19만4975건으로 전체 비중의 42.9%를 차지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서울의 청약 접수 비중은 2004년(47.1%)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2022년 6.3%, 2023년 24.9%, 지난해 40.0%에 이어 3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의 청약 경쟁률 역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서울의 1순위 평균 경쟁률은 132.9대 1을 기록했다. 이는 ‘묻지 마 청약’ 등 광풍이 몰아쳤던 2021년(163.8대 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서울에서는 수백 대 1의 경쟁률이 이어지고 있다. 7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오티에르 포레’는 청약경쟁률 688.1대 1을 기록했다. 이달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 르엘’ 역시 631.6대 1로 600대 1이 넘는 평균 경쟁률을 나타냈다. 잠실 르엘에서는 청약 가점 만점(84점)이 나오기도 했다. 이는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 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 부양가족 6명 이상이어야 받을 수 있는 점수다.
특히 대출 규제로 인해 수억 원의 현금이 필요한데도 몰리는 셈이다. 오티에르 포레와 잠실 르엘 전용면적 84㎡ 기준 분양가는 24억 원대에 형성됐다. 현재 정부의 6.27 대출 규제로 인해 수도권 및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가구당 최대 6억 원이다. 24억 원 아파트 분양을 위해서는 최소 18억 원의 현금이 필요한 셈이다. 오티에르 포레는 대출 규제 이전 모집 공고를 완료해 규제 적용을 피했다. 그러나 대출 규제를 적용받은 잠실 르엘도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이처럼 수억 원의 현금이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청약이 열기를 보이는 것은 공급 부족과 시세차익 기대감 때문이다. 서울 주택 시장은 수년간 공급 부족이 누적됐다. 부동산 R114에 따르면 올 연말까지 서울 아파트 일반분양 예정 물량은 총 7358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1만149가구) 대비 2791가구(28%)가 줄어든 수치다. 2021년(2960가구) 이후 4년 만의 가장 적은 물량이며 최근 10년 내 기록으로 봐도 2021년에 이어 두 번째 수준이다.
높은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점도 서울에 쏠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오티에르 포레와 잠실 르엘은 시세차익 10억 원 이상이 기대되는 단지로 꼽혔다.
또한,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9월 넷째 주(9월 22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0.12%) 대비 0.19% 올라 상승 폭이 3주 연속 커졌다. 6·27 부동산 대출 규제 이후 둔화세를 보이다 상승 폭을 키웠다.
전문가는 공급 부족이 누적된 만큼 서울 청약 쏠림 현상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 내다봤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올해 워낙 서울 분양 물량이 적었다”면서 “분양가가 높긴 하나 신축 아파트 희소성이 높아 많은 수요가 몰린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공급 진도율도 저조한데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분양 성적이 다 잘 나오며 학습 효과가 생긴 것”이라 덧붙였다. 함 랩장은 “서울 쏠림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3기 신도시 등 괜찮은 지역에 합리적인 분양가로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열기가 한 번에 식지는 않을 것”이라 말했다.
구자민 리얼투데이 연구원은 “서울은 입지와 수요가 뚜렷한 지역인 만큼, 공급이 제한되는 상황에서는 청약 경쟁이 과열될 가능성이 크다”며 “서울은 여전히 청약을 통해 실거주뿐 아니라 자산 가치 상승까지 기대하는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