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너머] 보이스피싱, 금융사만의 책임인가

입력 2025-09-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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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가해자도 아닌데 왜 우리 호주머니를 열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최근 만난 은행권 관계자들의 푸념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올해 1~8월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8856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연간 피해액을 이미 뛰어넘었다. 정부는 기존 개별 기관 중심의 사후 대응을 넘어 예방·선제적 차단과 유관기관의 통합적 협력체계를 골자로 한 보이스피싱 종합 근절 대책을 내놨다. 피해자 보호라는 취지 자체에는 이견이 없지만 ‘무과실 배상 책임’ 조항은 금융권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피해자가 사기범에게 속아 스스로 이체한 경우까지 은행 등 금융사가 배상하라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보이스피싱은 단순한 금융사고가 아니다. 전화와 문자, 메신저를 타고 들어오고 불법 개통 휴대폰과 가짜 애플리케이션(앱)이 범죄의 주요 통로가 된다. 그런데도 이번 대책엔 통신사에 대리점이나 판매점의 불법 개통에 대한 일차적 관리 책임을 부과하는 데 그쳤다. 은행권이 “통신사도 무과실 배상 책임 주체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싱가포르는 지난해부터 은행, 통신사, 소비자가 공동으로 보이스피싱 보상 책임을 지는 ‘폭포수 접근법’을 시행하고 있다. 은행, 통신사, 소비자의 과실 순으로 배상이나 보상하는 방식이다. 우리도 이런 해외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금융사만 책임을 지우면 형평성은 물론 실효성에도 의문부호가 찍힐 수밖에 없다. 고객이 창구에서 현금을 찾을 때 직원이 보이스피싱 여부를 완벽히 판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후에 모든 부담을 은행에 씌우면, 거래 심사 강화로 고객 불편만 늘고 직원은 위축된다. 무엇보다 통신 인프라를 타고 범죄가 전개되는 현실을 외면하는 셈이다.

피해자 보호는 절실하다. 하지만 책임은 특정 업권에 떠넘기는 방식이 아니라 금융사·통신사·수사기관이 함께 져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누가 돈을 물어주느냐’가 아니라 ‘애초에 당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것’이다. 정부는 공동 책임 체계를 마련해 실질적인 안전망을 촘촘하게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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