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2022년 이후 하락⋯현재 6년 만에 가장 낮아
외교적 손상ㆍ경제악화에 기조 바꾼 듯

2012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취임한 이후 ‘전랑외교’는 중국의 외교전략을 대표하는 단어가 됐다. 공격적인 외교 스타일을 의미하는 전랑외교는 중국 버전 람보 영화로 평가받는 ‘전랑’에서 유래됐다.
27일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를 살펴보면 중국은 덩샤오핑의 도광양회(인내하며 힘을 기르자는 의미) 전략을 버리고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전 세계에 힘을 과시했지만, 현재 전랑외교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싶은 것처럼 보인다.
중국은 100년간 몰래 힘을 기르라는 유훈을 남긴 덩샤오핑의 가르침을 고작 20년 만에 잊고, 공격적인 외교 정책으로 일관해왔다. 다만 이는 단순히 힘자랑만을 위한 외교정책 변화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이토 아세이 도쿄대 교수는 “시진핑 주석은 외교부 간부 사이의 느슨한 현상유지 외교 방식을 근절하고 싶어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또한 미·중 무역 전쟁으로 인한 경제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에 따른 자국 내 불만을 환기하기 위한 목적으로 전랑외교를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외교 방식을 평가하기 위해 2018년 이후 외교부 대변인들이 기자회견에서 답한 1만6000개가 넘는 발언을 수집한 후 챗GPT에 호전성 평가를 맡겼다.

그 결과 중국의 ‘전랑지수’는 2019년부터 눈에 띄게 높게 나타났다. 2018년까진 평균 공격성을 1점 만점 기준 0.3이라고 한다면, 2019년부터 상승해 2021년엔 0.45를 넘어서며 굉장히 공격적이었음을 보여줬다.
가장 공격적인 어조를 보였을 때는 미국과 관련한 발언을 했을 때로 수치가 0.7을 넘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2022년 중반부터 이 수치는 꾸준히 하락해 올해 초에 들어선 최근 6년간 보지 못했던 수준으로 온화해졌다. 공식적인 선언은 없었지만 2022년을 기점으로 중국의 전랑외교 기조는 서서히 줄어든 셈이다.
이는 몇 년간의 전랑외교 정책이 심각한 외교적 손상을 초래했기 때문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지속적인 호전적 발언들은 미국은 물론 유럽연합(EU), 호주 등 서방권 세력과의 관계를 악화시켰고, 세계에서 중국의 이미지를 급격히 추락시켰다.
쉬웨이팡 미 에모리대 교수는 “전랑외교 수사가 중국 내부의 정부 지지율 상승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미국인들이 더 공격적인 대중 정책을 지지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또 코로나19 팬데믹과 미·중 대결 구도의 영향으로 중국 경제가 타격을 받은 것이 전랑외교 포기의 주요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두안샤오린 홍콩중문대 교수는 “경제적 우려가 분명히 중요한 이유가 됐다”며 “경제적으로 불확실한 시기가 되며 중국이 상업적 파트너 국가들을 겁주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가 중국의 되돌아온 미소를 어떻게 평가할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