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방산 조선 바이오’ 뒤에 펀드 있었다 …산업 육성 견인차[펀드의 시대 2편]①

입력 2025-09-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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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5-09-23 05:3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자본시장에서 주로 사용되던 ‘펀드’가 기업, 정부 어디에서나 등장한다. 이재명 정부 들어 15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3500억 달러(490조 원) 규모의 정상회담 합의 이행 펀드, 중소기업 지원 펀드 등이 새로 논의되고 있다. 무려 600조~700조 원의 정부 주도 펀드 조성 추진이다. 펀드는 ‘투자상품’을 넘어 국가 재정 산업전략과 직결된 핵심 수단으로 부상했다. 한편 정부가 펀드를 지나치게 남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본지는 일상화되다시피 한 펀드의 기원과 펀드별 제도적 차이, 장·단점, 한계, 그리고 미래를 조명해본다.

조선 구조조정, 정책펀드로 생존
반도체·바이오·방산, 신성장산업 자금줄
콘텐츠·국민성장펀드까지 진화

산업 현장에서 펀드가 단순 투자수단을 넘어 산업정책의 집행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정부·정책금융·민간이 함께 위험을 나누고 밸류체인 전반에 자금을 흘려보내 성과를 끌어내는 방식이다. 각 산업의 특성과 정책 목표에 맞춘 맞춤형 펀드들이 등장하면서 산업 발전의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005년부터 모태펀드를 제도화해 IT, 바이오 등 신산업과 중소·벤처기업을 지원해왔다. 모태펀드는 대표적인 정책펀드로, 청년·지역·문화콘텐츠·기술특화 등 다양한 계정을 통해 다각적으로 투자하며 벤처 생태계 기반을 조성하는 데 기여했다. 특히 2016년 이후에는 혁신모험펀드, 바이오, AI 등 신산업 기술에 집중 지원하면서 성장 산업을 선도하는 역할까지 확대했다.

모태펀드 외에도 산업의 중요한 고비마다 정책펀드가 뒷받침을 했다. 2016년 조선업과 해운업이 글로벌 경기 침체와 경영 부실로 줄줄이 위기에 빠졌을 때, 정부는 11조 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중심으로 금융을 공급했다.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가 회생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후에도 중소·중견 조선사의 체질 개선을 위한 펀드가 이어졌다. 2020년에는 자산관리공사(캠코)를 중심으로 1조 원 규모 기업구조혁신펀드가 조성돼 탱크테크 등 조선업체에 유동성이 공급됐다.

구조조정펀드는 직접 지원 대신 시장 원리를 활용해 부실자산을 정리하고 경쟁분야로 자본을 재배치하는 구조였다. 결과적으로 한국 조선업은 LNG선·친환경선 중심으로 재편되며 수주 점유율을 회복했다. 최근에는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로 이어지며 한국 조선업의 위상을 드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반도체 산업 역시 정책펀드가 든든한 자금줄 역할을 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응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전용 펀드’를 마련했다. 반도체 장비·소재·부품 기업들이 국산화와 기술자립을 꾀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책 금융기관이 마중물이 된 것이다. 윤석열 정부도 2023년 글로벌 반도체 경쟁 심화와 투자환경 악화를 이유로 3000억 원 규모 반도체 생태계 펀드를 새로 조성했다. 장비·부품·팹리스 등 밸류체인 전반에 투자해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는 목적이다.

바이오 산업은 신약 개발과 백신 생산 등 막대한 자금과 긴 시간이 필요한 업종이기 때문에 민간 자금으로만은 한계가 명확하다. 정부는 2023년 ‘K-바이오·백신펀드 1호’를 통해 1500억 원 규모의 초기 지원에 나섰고,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투자를 확산시켰다. 올해 4월에는 7500억 원 규모 1차 모태펀드에 바이오펀드가 포함돼, 바이오 벤처기업의 임상시험과 글로벌 기술 이전을 지원하는 데 투입될 예정이다.

최근 수출 효자 분야로 주모받는 방산 부문의 성장에도 펀드의 역할이 컸다. 정부는 2022년 ‘방산기술 혁신펀드’를 출범시키고 2023년부터 1200억 원을 출자했다. 방위사업청은 올해도 방산 벤처기업을 위한 전용 펀드를 조성, 200억 원을 시작으로 2027년까지 약 6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대규모 장기 계약이 필수인 방산 수출은 금융 지원이 핵심인데, 펀드를 통한 지원으로 K-2 전차, 자주포, 레이더 등 대형 수주가 잇따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국내 방산 기업들이 폴란드, 호주 등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러한 금융 지원이 자리한다.

정책펀드는 첨단산업뿐 아니라 문화·콘텐츠 영역으로도 확대됐다. 정부는 지난해 ‘K-콘텐츠·미디어 전략펀드’를 출범시켜 2028년까지 4000억 원 이상을 조성하기로 했다. 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KBS 등이 출자해 글로벌 시장 진출과 지식재산(IP) 확보, 방송·영상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 인공지능(AI), 시각효과(VFX),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신기술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구조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국민성장펀드’는 정책펀드의 정점으로 평가된다. 당초 100조 원 규모로 기획됐던 이 펀드는 150조 원으로 확대돼 향후 5년간 반도체·AI·바이오·미래차 등 10대 첨단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된다. 첨단전략산업기금 75조 원과 민간·연기금·금융회사 출자금 75조 원을 매칭해, 민간의 자율성과 시장 역동성을 최대한 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정부 재정은 후순위 출자를 맡아 위험을 흡수하고 민간 참여를 유도하는 구조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국민성장펀드는 단순한 산업지원 자금이 아니라, 한국 경제 전반을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전문가들은 산업 육성과 발전에 정책 펀드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한다. 산업 정책이 재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야 글로벌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자본시장 전문가는 “정책펀드는 보조금과 달리 투자의 성격을 갖고 있어 시장의 자율성과 정부의 정책 목표를 동시에 반영할 수 있다”면서 “명확한 목표 설정, 전문 운용인력 확보, 장기적 관점, 그리고 민관 협력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펀드의 성패는 자금 조성 규모보다 집행 속도와 투명성, 성과 평가 체계에 달려 있다”며 “한국형 펀드 모델이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도록 더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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