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간 CPTPP 넘어서는 경제 협력 필요”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유럽연합(EU)처럼 한일 양국 간 경제공동체 방식의 경제 협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최 회장은 22일 자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일 양국이 힘을 합쳐 산업을 크게 키워 나갈 수 있으며 인공지능(AI)·반도체 분야에서의 연계를 강화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인터뷰는 최 회장의 15일 오사카 박람회 방문 당시 이뤄졌다. 요미우리는 SK그룹이 첨단 반도체 분야에서 일본에 대한 투자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인터뷰로 처음으로 알려지게 됐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AI 보급 확산으로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서 이 분야에 강점을 지닌 한일 양국에 있어 큰 성장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SK그룹은 NTT의 차세대 통신 인프라 ‘아이온(IOWN)’을 위한 반도체 개발에 참여하고 도쿄일렉트론과도 교류하는 등 일본 기업과 다양한 협력을 하고 있다. 일본에 투자하려는 의지는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 관세 등 불안정하고 불확실성 요소들이 줄어들 필요가 있다”며 “투자 결정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최근 한국 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해 “CPTPP 가입도 좋지만 (일본과는) 느슨한 경제 연대가 아니라 EU 같은 완전한 경제통합이 필요하다”면서 “어떻게 하면 효과적인 연대가 가능할지 논의할 때가 왔다”고 주장했다. CPTPP는 2018년 출범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한국 정부는 3일 있었던 경제장관회의에서 CPTPP 가입을 검토하겠다고 한 바 있다.
최 회장은 올해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은 것에 대해 “한일 간 교역량은 크게 늘었지만 앞으로는 무역만으로 경제 성장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일 경제공동체 구축으로 사회적 비용과 경제안보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또 미국, EU, 중국에 이어 세계 4위 경제권이 되고 국제사회에서 ‘룰세터(표준을 주도하는 국가)’가 될 수도 있는 등 많은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요미우리는 경제공동체 구축에 대해 “중국이 무역 제한 등 경제적 압박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한일 양국이 에너지와 핵심 자원 공급망을 강화하고 경제안보를 함께 구축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다만 역사와 영토 문제 등에 따른 갈등이 경제에 영향을 준 과거 사례가 있어 신뢰 관계 구축이 우선 과제로 꼽힌다”고 짚었다.
다음 달 31일부터 이틀간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대한상의는 참가국 경제계 대표들이 모이는 최고경영자(CEO) 서밋을 열 예정이다. 최 회장은 “APEC을 기회로 한일 기업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미래 협력을 논의하는 별도 회의를 갖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