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韓 금융·외환시장, 대외 충격에 취약...정책조합 필요"

한은, 금융·외환시장 심도를 고려한 정책대응 분석 보고서

▲코스피가 12거래일 만에 약세 전환하며 3410선에 하락 마감했다. 1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6.22(1.05%) 포인트 하락한 3413.40을 나타냈다. 코스피는 전날까지 11거래일 연속 상승, 5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 1380.40원을 나타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우리나라 금융·외환 시장은 글로벌 충격 발생 시 선진국보다 5배 더 민감하게 반응해 실물 경제가 더 크게 위축된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통화정책뿐만 아니라 외환시장 개입, 거시건전성 정책 등을 병행해 대외 충격에 따른 환율과 금리의 과도한 변동을 완화하는 등 '정책조합'(policy mix)이 더 효과적이라고 제언했다.

한국은행은 22일 이런 내용이 담긴 '금융·외환시장 심도를 고려한 정책대응 분석' 보고서(BOK 이슈노트)를 발간했다. 보고서에는 글로벌 리스크 충격 시 환율과 금리 변동 파급과 정책에 대응을 진단한 것으로 김지현 한은 국제국 국제금융연구팀 과장과 김민 과장이 공동 작성했다.

연구진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17개국 분석 결과, 글로벌 리스크 충격에 대한 우리나라의 유위험 금리 평형(UIP) 프리미엄의 반응계수(2.11%포인트)는 선진국에 비해 큰 편으로 나타났다. 심도가 선진국(평균 0.41)에 비해 깊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UIP 프리미엄은 국내 경제주체가 해외에서 자금을 빌릴 때 글로벌 투자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추가 비용을 일컫는다. UIP 프리미엄이 외부 충격에 민감하게 반응할수록 시장 깊이가 얕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외환시장의 심도가 얕은 국가는 글로벌 리스크 충격 시 실물부문이 더 크게 위축되는 모습을 보여왔다. 글로벌 리스크 충격에 따른 자본유출과 국내 금융스프레드 확대 간 상관관계가 높을수록 경기 위축이 더욱 심화하기 때문이다.

연구진들은 우리나라의 심도가 얕다는 점에서 금융·외환시장의 개선이 중요하다고 봤다. 현재 추진 중인 거래 시간 연장 등 외환시장 구조개선 방안과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국내 채권시장에 대한 외국인 자금 유입 확대 등을 통해 국내 금융·외환 시장의 심도 제고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글로벌 충격이 발생하면 원화 가치는 물론 국내 시장 금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연구진들은 통화정책과 더불어 금융 불안이나 신용경색을 막는 거시건전성 정책, 외환 시장개입 등 정책조합이 정책 목표를 더욱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연구진들은 "통화 정책뿐만 아니라 금융·외환 부문 마찰 요인으로 촉발되는 충격에 대해서는 외환시장 개입과 거시건전성 정책의 공조를 통해서 정책 조합을 한다면 당국의 정책 목표를 더욱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