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요금 항목 있었지만, 평가·분석 전무…실효성 상실
방치한 사이 경주 APEC 호텔 숙박비 4배 폭등 여전

20년 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제32차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경주시 숙박업소 요금이 급등하고 있지만, 정부가 현장 숙박요금 점검에 사실상 손을 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민 참여형 ‘관광서비스 누리살핌단(모니터링단)’에 숙박업소 점검을 전적으로 의존하는 과정에서 사전 경보와 조기대응 기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실(APEC 특별위원회 위원)에 따르면 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2025 관광서비스 모니터링단은 올해 두 차례(6월, 8월)에 걸쳐 경주시 관광특구 내 관광지ㆍ숙박시설에 대한 현장점검을 시행했으나 제도 실효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관광서비스 모니터링단은 APEC 경주 관광특구 수용태세와 공정가격 외에도 숙박업소 가격 변동 여부(부당 및 불공정 비용 책정)를 점검했다.
그러나 현장 점검 과정에서 모니터링단 응답 및 현장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숙박요금 관련 내용은 평가 분석에 반영되지 않았다. 결국 APEC 행사가 임박해 숙박요금이 수배 급등, 예약 취소ㆍ가격 인상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현장 점검에 나선 모니터링단이 전문조사원이 아닌 ‘일반 국민’이라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일반인이나 외국인들이 단순 교육을 받고 체크리스트를 기반으로 활동하면서 민감한 숙박시설 가격 변동 모니터링이 쉽지 않았을 것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모니터링단 제도 세부 일정도 정책 개선 및 관광품질 관리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정책 홍보성 성격이 짙다. 올 연말까지 시행되는 누리살핌단 사업은 세금 2억5000만 원을 들여 추진됐다.
문체부 측은 이에 대해 "현장 점검을 통해 숙박업소 가격 인상을 포착하더라도 저희가 직접 요금을 규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확인된 내용은 지방자치단체에 전달하는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숙박요금에 대한)대책 마련도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면서 "이 모니터링 사업과 관광호텔업은 문체부, 숙박업소 관리는 보건복지부가 주무부처"라고 부연했다.

국내 숙박업소 바가지 논란은 APEC 외에도 부산불꽃축제 등 전국 대형 행사에서 잇따라 제기돼왔다. 결국 국무회의 도마 위에도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은 2일 “부산 바가지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공공의 피해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자율적 상황이라고 내버려 둘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22일 오후 기준 경주시의 4성급 호텔 가격(2인, 스탠다드더블, 목-금, 1박)은 행사 전후 최대 4배 가까이 가격 차가 나고 있다.
김재원 의원은 "숙박업은 관광 소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요소"라면서 "국민 세금이 투입된 모니터링 사업이 민생 피해를 반영하지 못한 채 형식적인 조사에 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APEC 행사를 계기로 반드시 숙박업을 포함한 실효적 모니터링과 가격검증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