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xt 2040] “산업·인구 위기 넘는다”…메가 리전의 새 지도

입력 2025-09-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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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5-09-25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압축 성장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국 경제는 저출생과 인구 절벽, 수도권 쏠림, 산업 혁신 정체라는 구조적 난제를 풀기 위한 새로운 성장 좌표를 설정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지방 거점 역량 강화부터 산업·금융·부동산 정책 패러다임 전환까지 아우르는 ‘메가리전(mega-region)’ 전략이 미래 지도의 핵심 축으로 거론된다.

(그래픽=손미경 sssmk@etoday.co.kr)
(그래픽=손미경 sssmk@etoday.co.kr)

25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 의존도는 69.3%(2023년 기준)로 G20 국가 중 독일 다음으로 높다. 제조업 비중은 중국(26.2%)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24.3%다. 그러나 2020년대 이후 GDP 성장률은 1%대에 머물고 있으며,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미·중 기술 패권 경쟁 등으로 반도체·배터리·석유화학·철강 등 주력 산업의 수익성이 흔들리고 있다.

인구 구조의 변화는 한국 경제를 뒤흔드는 또 다른 변수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생산연령인구는 2024년 3632만 명에서 2040년 2900만 명 수준으로 줄어든다. 같은 기간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994만 명에서 1715만 명으로 급증한다. 수도권 인구 비중은 2020년 50.2%로 절반을 넘어선 이후 2040년이면 52.6%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절벽과 수도권 쏠림 현상이 맞물리며 주력 산업을 받쳐온 지역 경제 기반이 붕괴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지역 경제계 역시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실제로 전국 74개 상공회의소 회장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인재 유출’(22%), ‘지역 선도산업 부재’(22%), ‘기존 주력산업 쇠퇴’(15%), ‘교통·물류 인프라 미비’(5%) 등이 지목됐다. 응답자의 28%는 이러한 문제를 풀 해법으로 ‘미래 첨단산업 육성’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산업 혁신 돌파구 지방에서 찾아야”

기업들은 지역 격차 해소와 신산업 육성, 저성장 대응을 위한 ‘일석다조(一石多鳥)’의 해법으로 ‘메가 샌드박스’ 도입을 요구한다. 메가 샌드박스는 광역지자체가 미래 산업과 기술을 지정하고 인센티브 제공, 규제 완화, 정주 여건 조성 등을 일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는 대규모 도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메가리전 전략의 지름길이기도 하다.

대한상의와 딜로이트 컨설팅은 메가 샌드박스 실행 모델로 지역별 주력 제조업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울산(자동차·조선·석유화학), 창원(기계·부품·원자력), 포항(제철·이차전지), 광양(제철), 여수(석유화학) 등이 주요 후보지다. 자동차부품·로봇 산업이 발달한 대구·경북이나 대규모 테스트베드 조성이 가능한 전북 새만금에서는 모빌리티와 로봇·유통·자율주행을 결합한 모델이 가능하다고 분석됐다.

일본 나오시마섬 사례를 벤치마킹해 남해안·서해안 도서지역에 사물인터넷(IoT)과 예술을 결합한 관광 모델, 부산·제주·전북 등에는 대체불가토큰(NFT)부터 메타버스, 가상자산까지 아우르는 금융 클러스터 조성 방안도 제시됐다. 이는 단순한 산업 유치가 아니라 지역별 특화 자산에 기반한 차별화 전략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메가 샌드박스 도입으로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기업을 끌어들일 파격적인 규제 혁신, 과감한 인센티브, 글로벌 정주 여건, AI 인프라 등을 조성해 기업을 유인하고 민간 주도형 글로벌 도시에서 청년들이 밝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터전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가리전 시대의 기반

인구 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차원에서도 메가리전 전략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인구 성장 시대 지역 거점 정책은 중앙정부가 주도해 산업도시를 직접 육성하는 방식이었지만, 다가올 인구 감소 시대에는 이러한 접근법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단순한 행정구역 결합이 아니라 도시와 주변 지역의 연계 활동을 기반으로 한 초광역권 조성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메가리전 전략은 지역 산업 고도화와 전문인력 양성, 정주 여건 개선이 함께 추진될 때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 경쟁력 강화뿐만 아니라 청년층이 지역에 머물 수 있는 주거·교통·문화 인프라까지 뒷받침돼야 초광역 전략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대학은 메가리전의 핵심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2040년이면 대학 미충원율이 50%를 넘길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지방대의 충격은 수도권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대학이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 산업 수요에 맞는 인재를 길러내고, 지역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산학 연계 거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안주란 교육부 지역혁신대학지원과 과장은 지난달 국회 간담회에서 “특정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거나 지역의 산업과 연계된 연구를 수행하는 대학을 연구중심 대학으로 육성하기 위한 방향으로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책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

전문가들은 메가리전 시대에는 기존 정책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산업 정책의 경우 개별 산업 지원을 넘어 재정·금융·통상·외교를 포함한 통합 설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 심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경제 안보의 부상 등은 전통적 접근만으로는 대응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유럽연합(EU)의 유럽공동이익프로젝트(IPCEI)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산업 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IPCEI는 회원국 공동투자를 통해 전략 기술과 혁신 산업을 직접 육성하는 모델이고, IRA는 세제 혜택과 보조금을 묶어 공급망 재편과 해외 투자 유치를 동시에 추진한다.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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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미래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산업 정책은 기술주권 확보와 공급망 내재화, 경제 복원력 강화까지 포괄하는 국가 전략의 핵심 수단으로 재정립해야 한다”며 “위험 분담형 자본공급 플랫폼이나 특정 기술 목표에 집중하는 미션 기반 재정 운용, 공공조달·우선구매 제도와 같은 직접 지원 수단을 패키지로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금융·부동산 정책도 지방 자산가치를 지키는 방향으로 전환이 요구된다. 수도권 쏠림이 심해질수록 비수도권 주택·토지 가치는 떨어지고, 인구 절벽이 본격화되는 2040년이면 지방 자산의 가격 하락 압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 지방정부 재정까지 동시에 위축될 수 있다는 경고다.

실제로 지방 기업의 자본 조달 취약성은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대한상의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의 조사 결과 금융 접근성이 낮은 기업일수록 설비·무형자산 투자 비율이 평균보다 20%포인트(p)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선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 탄소중립, 인구 감소의 메가 트렌드에 대응한 글로벌 경쟁력 제고, 지역 불균형과 국가 경제 성장 침체 해소를 위해서는 메가리전 단위의 혁신 생태계 강화가 요구된다”며 “산업·과학기술·인력이 연계되는 혁신성장 네트워크형 플랫폼을 구축해 지역경제를 토대로 새로운 국가 혁신성장 전략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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