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탄생한 다섯쌍둥이가 분만을 담당했던 홍수빈 산부인과 교수와 건강한 모습으로 재회했다.
19일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20일 이 병원에서 태어난 다섯쌍둥이가 최근 정기검진을 위해 병원을 찾았다. 이들은 세계적으로 드문 자연임신 다섯쌍둥이다.
작은 체구의 오둥이 엄마 사공혜란씨는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자 앉거나 눕기도 어려웠다. 게다가 임신과 합병된 고혈압성 질환인 전자간증 진단으로 출산을 더 미룰 수 없게 되면서, 26주에 제왕절개 수술로 분만했다.
오둥이의 태명은 5명의 파워레인저를 본따 ‘팡팡 레인저’였다. 오둥이는 아들인 첫째 새힘, 둘째 새찬, 셋째 새강은 800~900g, 딸인 넷째 새별, 막내 새봄은 700g대인 체중으로 일반적인 신생아 몸무게 기준(3㎏ 내외)에 훨씬 못 미쳐 인큐베이터에서 치료가 필요했다.
엄마 아빠의 사랑과 의료진의 최선을 다한 치료 덕분에 올해 1월 남아들은 먼저 퇴원했다. 곧이어 장 천공으로 수술을 진행한 막내 새봄까지 집에 갈 수 있었다. 다섯 명 중 736g의 가장 작은 몸무게로 태어났던 넷째 새별은 후두 연화증으로 호흡 보조가 필요해 입원 생활이 길어졌지만, 3월에 퇴원해 6개월 만에 5남매가 모두 집에 모일 수 있었다.
임신 37주가 되기 전 태어난 아기를 미숙아 또는 이른둥이라고 일컫는다. 최근 한국은 출생 체중이 2.5kg 미만인 저출생 체중아, 1kg 미만인 초극소 미숙아도 늘고 있다. 이른둥이들은 만삭까지 엄마 뱃속에서 크지 못해 주요 장기가 다 발달하지 않은 상태로 태어나며, 약한 면역체계로 인한 감염에 취약하다. 선천성 질환도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서울성모병원은 고위험 산모가 산부인과 진료와 함께 선천성 질환센터 협진으로 이른둥이들이 태어나기 전부터 보호자와 치료계획을 사전에 상의하고 준비하는 프로세스를 마련했다.
서울성모병원은 최근 수도권 유일 보건복지부 권역 모자의료센터에 신규로 선정됐으며, 국내에서 손꼽히는 규모인 고위험 산모 입원실 12병상과 신생아중환자실(NICU) 50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산부인과 산과 전문의 5인이 고위험 산모의 출산을 책임지고 있으며, 소아청소년과 신생아 전문의 12인이 신생아를 위한 전문 의료를 제공한다. 마취통증의학과, 응급의학과, 영상의학과 역시 당직 체계를 통해 유사시 필요한 응급 수술 등에 대응하기 위한 신속한 다학제 협진을 제공하고 있다.
신생아 분야 역시 평균 10년 이상 경력을 갖춘 전담간호팀을 별도 구성해 고위험 신생아들을 돌보고 있다. 이런 환자 중심의 의료 체계는 병원을 방문하는 산모들의 만족도와 신뢰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병원에 입원하는 전체 산모 중 약 60% 이상이 고위험 산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수빈 산부인과 교수는 “이른둥이 아이들의 울음소리는 크지 않은데, 다섯쌍둥이도 모두 작게 소리를 냈었고,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안도하고 경이롭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분만 당시의 소감을 전했다. 이어 “최근 증가하는 고위험·다태아 임신 산모들께서 우리나라의 높은 신생아 치료 역량을 믿고 꾸준히 산전 진료를 잘 받으시기를 바라며, 또한 건강히 자라고 있는 오둥이를 보시면서 용기를 얻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오둥이의 주치의인 윤영아 신생아 중환자실장(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살얼음판을 걷듯 긴장한 채 돌봤던 아이들이 건강하게 엄마 아빠 품에 돌아가, 첫째 새힘이는 8kg이 될 정도로 많이 자랐다”라며 “앞으로도 재활의학과 등 관련 의료진과 협진으로 정기적인 발달검사를 지속해서 진행해, 많은 분에게 희망이 되었던 오둥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