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규 발주 8월까지 전년比 58%↓
향후 수주 공백 시 매출 하락 불가피
LNG 프로젝트·마스가 추가 성장 요인으로

국내 조선업계가 올해도 굵직한 수주 실적을 이어가며 3년 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했다. 그러나 인도 시점이 대부분 2028년까지 몰려 있어 이후 발주세가 꺾일 경우 수주 공백과 매출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9~2030년이 조선업 사이클 향방의 분수령"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는 연간 수주 목표의 절반 이상을 채웠다. HD한국조선해양은 총 90척, 122억1000만 달러를 수주해 목표치 180억5000만 달러의 67.7%를 달성했다. 삼성중공업은 연간 목표 98억 달러의 49%(25척·48억 달러)에 도달했다. 한화오션은 총 30척, 59억4000만 달러를 수주했다.
전날 한화오션이 대만 양밍해운으로부터 수주한 컨테이너선 7척은 2029년 상반기까지 순차 인도될 예정이다. 나머지 물량은 대부분 2028년 안에 건조가 마무리된다. 이후 신규 발주가 장기간 이어지지 않는다면 3~4년 뒤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올해 1~8월 전 세계 신규 선박 발주량은 총 938척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4% 감소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국의 관세 정책, 지정학적 불안 등 대외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발주 심리가 위축된 영향이 컸다. 2023~2024년에 발주가 집중되면서 선주들의 추가 수요가 크지 않다는 점도 작용했다.
국내 조선소의 주력 선종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도 지난해 기저효과 영향으로 발주세가 한풀 꺾였다. 다만 업계에선 향후 글로벌 LNG 프로젝트가 본격화하며 LNG선 발주가 다시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는 내년 8000만t(톤)의 신규 프로젝트가 가동되고, 올해 안에 1억t 규모의 최종투자결정(FID)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배기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다수의 신규 증설 프로젝트로 공급 과잉 우려가 있지만, 오히려 낮아진 LNG 가격이 새로운 수요를 개발하고 있다"며 "2026~2030년 LNG 증설 사이클이 강화하며 LNG선 등 관련 낙수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업계의 관심은 연내 성사될 수주 물량에 쏠린다. 노르웨이 에퀴노르는 LNG운반선 최대 4척을 발주하기 위해 조율 중이며, 그리스 가스로그도 1척 발주를 검토하고 있다. 이들 물량은 국내 조선소의 슬롯 상황을 감안할 때 2029년 인도분으로 잡힐 가능성이 크다. 세계 2위 해운사인 머스크도 LNG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최대 12척 발주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 벤처글로벌, 카타르 카타르에너지도 신규 발주처로 주목된다.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역시 국내 조선사의 수주 공백 우려를 완화할 대안으로 꼽힌다. 상선 발주가 줄어들더라도 방산이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갖출 계기로 평가된다.
이미 조선 3사는 미국 현지 조선소 인수, 업무협약(MOU)을 통해 협력 기반을 넓히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 조선사가 미국 함정 건조에 본격 참여할 경우 10년 이상 호황을 이어갈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내놓는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 올해 발주량이 다소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조선사들은 여전히 안정적인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며 "글로벌 선가도 견조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마스가 등과 같은 새로운 시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사업 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