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정부 지원금 계기로 불붙어
주식 투자·퇴직 연금 같은 투자로 여겨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고객 담당 매니저로 일하는 류카스(27)는 최근 투자로 큰돈을 벌었다. 수익 일부를 사용해 3.5캐럿의 다이아몬드 세 개를 세팅한 맞춤형 약혼반지를 샀다. 결혼식 비용 일부도 이 수익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그의 투자처는 빅테크주도, 가상자산도 아니다. 최근 개인 트레이더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를 끈다는 포켓몬 트레이딩 카드다.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본 인기 캐릭터 포켓몬 관련 카드는 지난 20년간 누적 투자 수익률이 뉴욕증시와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를 크게 뛰어넘었다.
포켓몬 캐릭터의 인기가 본격화한 것은 1996년 닌텐도가 비디오게임 포켓몬을 발표하면서부터다. 이후 포켓몬은 TV프로그램, 영화, 게임으로 확장하면서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코로나19 대유행은 아마추어 투자자들 사이에서 포켓몬 카드 열풍에 불을 붙였는데, 밈주식 게임스톱 광풍과 유사하게 정부 지원금을 받은 개미 투자자들이 카드 매수에 뛰어든 것이다. 여기에 인플루언서 로건 폴이 2022년 ‘포켓몬 일러스트레이터’를 530만 달러에 사들여 개인 간 거래된 가장 비싼 포켓몬 트레이딩 카드로 기네스 기록을 세우면서 열기는 한층 더 뜨거워졌다.
트레이딩카드는 배당도 없고 금융규제 대상도 아니지만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카드 가치 추적업체 카드라더지수에 따르면 8월까지 포켓몬 카드의 누적 월간 수익률은 2004년 이후 약 3821%에 달했다. 같은 기간 S&P500지수 수익률(483%)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매그니피센트7(M7)으로 불리는 미국 대형 빅테크 종목 중 하나인 메타의 2012년 상장 이후 주가 상승률은 약 1844%였다.

미국 중부 오클라호마주에서 광고 매니저로 일하는 저스틴 윌슨(32)은 약 500장의 카드와 100개의 미개봉 아이템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컬렉션의 가치를 약 10만 달러(약 1억3857만 원)로 추산한다. 그는 1990년대 어린 시절 포켓몬 카드를 모으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포켓몬 카드를 개인퇴직연금(IRA)이나 뱅가드 증권계좌와 같은 투자로 여긴다.
포켓몬 카드의 가격은 희소성, 일러스트 품질, 감정가 평가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결정된다. 특히 인기 있는 감정사가 가끔 거의 완벽하다는 평가를 하면 카드 가치는 급등한다. 반면 카드 모서리가 아주 조금 접혀 있거나 표면에 예상치 못한 흠집이 나면 가격이 급격히 내려간다. 위조품도 경계 대상이다.
포켓몬 카드 애호가들은 카드 가치가 일정 부분 ‘감정’에 기초한다는 점도 인정한다. 이는 ‘사실보다 감정에 따라 투자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는 월가 보수파의 교리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실제로 많은 팬이 피카츄, 리자몽 등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 카드에 거액을 쓰고 있다.
반면 포켓몬 카드 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재무 설계사들은 가상의 전투 생물에 은퇴 자금을 걸지 말라고 경고한다. 카드 가격이 일관성이 없고 주관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표준 가격이 없는 데다가 각 카드가 얼마나 유통되고 있는지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포켓몬 카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버블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1980년대 후반 생산량을 늘리면서 가격이 급락한 야구 카드 사례가 대표적인 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