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중소기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관세 리스크 등 겹악재에 시름하는 중소기업계는 사용자 범위와 쟁의행위 대상을 모호하게 규정한 노란봉투법으로 노사 리스크라는 또다른 파고에 직면하게 됐다. 업계는 모호성을 보완할 가이드라인 등 보완책 마련을 위해 물 위·물밑 호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16일 본지 취재 결과 중소기업계는 오는 22일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만나 노란봉투법의 보완 조치 마련을 촉구할 것으로 확인됐다. 중소기업계 협단체들과 일부 기업 대표들이 노란봉투법의 부작용과 그로 인한 업계의 어려움을 재차 호소하고, 기업의 방어권 보장과 유예기간 연장 등 보완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개념을 확대하고 불법 쟁의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업계는 지난달 노용석 중기부 차관과 고용부 장관을 잇따라 만나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의 부작용을 호소하며 노동·안전 정책 개선을 요청했다. 경제계도 제도 도입의 속도 조절과 사회적 대화, 도입 재검토 등을 재차 호소했지만 노란봉투법은 같은 달 24일 국회 문턱을 넘어섰다.
노란봉투법 시행까지 남은 기간은 단 6개월로 중소기업계는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업계는 노란봉투법에 대응할 기업의 방어권 보장, 사용자 범위 및 노동쟁의 개념에 대한 명확성을 담은 지침 등 후속 과제를 제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 장관은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주무부처에 의견 표명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 장관은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노란봉투법으로 인한 중소기업계의 우려에 대해 "초창기에는 혼란이 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중기부가 중소기업을 위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고 생각해 관련 부분을 정리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업계는 쟁의 대상이 되는 경영상 결정이 어디까지이고, 노조법상 사용자가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아 산업계 전반에 파업이 빈번해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23년 대기업 98곳·중소기업 104곳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설문조사에서 기업 10곳 중 8곳 이상(86.6%)이 노란봉투법 도입 시 국내 산업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하청업체 노조의 원청업체 교섭과 파업이 가능해질 경우 △원청노조와 하청노조간 갈등(55.0%) △원청의 연중교섭(47.0%) △원청업체와 하청노조간 파업 등 노동분쟁 증가(46.0%) △하청업체 근로조건 결정권한·독립성 약화(31.2%)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계약 확대(21.8%) 등을 우려했다. 중소기업계는 하청의 원청 교섭 시도로 인한 거래 단절도 크게 우려하고 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중소제조기업 50%가 수급기업인 상황에서 거래 단절과 이로 인한 피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노조 조직률이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한다.
최근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조가 직접 교섭을 요구하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경영진을 검찰에 고소하고, HD현대중공업 노조가 전면 파업에 나서면서 업계의 불안감은 더 커진 상황이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란봉투법으로 노조 활동이 활성화되면 중소기업에 노무 관리라는 새로운 업무 영역이 생겨 경영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며 "임금 협상, 해외 투자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