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엔 칼·총 다 주고 기업은 맨 손으로 싸우나" [불붙는 파업, 위기의 협력 中企]

입력 2025-09-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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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5-09-15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노조법 2·3조 즉각 개정! 윤석열 정권 반노동정책 즉각 폐기! 노정교섭 쟁취! 민주노총 총파업 대회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노조법 2·3조 즉각 개정! 윤석열 정권 반노동정책 즉각 폐기! 노정교섭 쟁취! 민주노총 총파업 대회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노란봉투법은 칼, 총, 대포, 미사일 다 주고 기업은 맨 손으로 싸우라 거 아닙니까? 싸움 상대가 더 이상 안 됩니다." (자동차 부품 제조 A 중견기업 대표)

중소기업계에선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시행되면 노사 관계의 균형이 붕괴돼 산업계 혼란이 불가피해질 것이란 우려가 상당하다. A기업 대표 역시 "사실상 한국 제조업은 이제 끝났다고 본다. 기존 사업에서 손을 놓긴 어렵겠지만 만약 재투자를 한다면 해외로 나가야 한다는 주변 기업들이 많다"며 격앙된 비판을 이어갔다.

노란봉투법은 시행까지 6개월이 남았지만 지난달 국회 통과 이후 중후장대 업종을 중심으로 파업이 빠르게 확산하는 조짐을 보였다. 중소기업계는 자동차와 조선업처럼 수백 개 하청 업체가 위아래로 연결된 다층적 구조의 업종에선 분쟁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잦은 파업은 중소기업엔 치명타다. 통상 원청 기업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하청 기업의 공장 가동률과 매출은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 납품 중단과 가동률 하락으로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이로 인해 매출 감소와 결제 지연 등으로 현금 흐름이 악화한다. 자금난의 빠진 중소기업은 최악의 경우 도산 위험에 놓인다. 실제 2022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총파업 당시 7개 사내 협력사가 파산했다. 자금력이 취약한 영세 중소 하청의 경우 노란봉투법 리스크에 쓰러질 가능성이 더 크다.

▲3일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열린 현대차 노조의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난항으로 부분 파업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3일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열린 현대차 노조의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난항으로 부분 파업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자동차 부품을 제조·생산해 납품하는 B 중소기업도 지난해 현대트랜시스가 10월 8일부터 약 한 달여간 총파업을 이어갈 당시 납품이 중단되면서 이 기간 공장 가동률이 50% 밑으로 떨어졌다. B 기업 대표는 "당시 파업 기간이 포함된 4분기 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30% 가량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생산 차질과 매출 급감에도 고정비 비출이 이어지면서 일시적인 자금난이 발생, 결국 금융권에 손을 벌렸다. 원청이 임금협상 파행 등으로 파업에 돌입하면 하청업체들은 대책을 세우지도 못한 채 기약 없이 속을 태워야 한다.

중소기업 내 무분별한 파업과 이로 인한 원청과의 거래관계 단절 가능성도 업계가 노란봉투법을 위협 요인으로 보는 이유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원청의 연봉이 1억 원이면 2, 3차 하청의 경우 연봉이 점점 줄어든다. 기업 경영에 문제가 있거나 불합리한 노사 관계가 이어질 때 목소리를 내는 건 맞지만, 무분별한 파업이나 구조적인 문제를 쉽게 문제 삼아 원청과 직접교섭을 하려 하면 원청의 부담이 커져 거래처를 바꿀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란봉투법은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의 이야기로 연결되는 게 핵심"이라고 꼬집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업계에서) 원청의 파업이 잦아질 경우 협력사의 납품 물량 감소, 원청과의 거래 관계 종료 등에 대한 우려가 가장 많다"고 강조했다.

한정된 재원을 두고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의 갈등이 발생하는 노노 갈등, 국내 기업의 해외 이탈 역시 우려되는 대목이다. 또 협력사 노조가 근로 여건 및 임금 협상을 두고 원청 교섭에 나설 경우 중소기업 대표를 패싱하면서 경영권 및 결정권이 무력화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정청래 민주당 당대표를 만나 "노란봉투법 시행 전부터 강성 노조가 사장을 패싱하고 진짜 사장을 나오라고 하는 해프닝이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발(發) 관세 파장과 중국 제조업의 파상공세, 내수 부진, 인공지능(AI)으로 인한 산업구조 급변 등으로 경영난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구조조정과 투자 결정 등의 경영 판단이 쟁의 대상이 되는 점도 중소·중견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으로 내다본다. 한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경영권까지 간섭하는 건 사실상 상시 교섭을 하라는 얘기"라며 "쟁의범위가 넓어지고 경영권에 간섭한다는 건 쟁의 행위에 대한 빌미를 주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일각에선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노조 조직률이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한다. 2023년 기준 사업장 규모별 조직률에서 300인 이상 사업장의 노조 조직률이 36.8%인 반면 △100인 이상 299명 미만 사업장 5.6% △30인 이상 99명 미만 1.3% △30명 미만 0.1%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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