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조립생산(SKD) 공장도 포함
미국 등 대규모 투자 시 반발 우려
노조 “국내 공장 고용 안정성 촉구”

현대자동차가 앞으로 신사업을 추진할 때 노동조합에 사전 통보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 측이 로봇·미래항공교통(AAM) 등 미래 사업을 추진하는 경영상 판단에도 노조가 제동을 걸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향후 현대차그룹이 신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조의 반발로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잠정합의안에 ‘신사업에 관한 결정 사항을 통지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기존 해외 공장 신설·생산현황을 공유해왔던 조항에 부분조립생산(SKD) 공장도 포함하는 것으로 범위를 넓혔다.
이번 조항은 단체협약 7조 17호(통지의무)를 신설하고, 42조 3항·9항(해외 현지 공장)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합의안에 포함됐다. 합의안은 15일 조합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찬반 투표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현대차 노조가 교섭 과정에서 7년 만에 파업을 단행해 마련한 합의안인 만큼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
신사업 통지 의무화 조항 신설은 사측이 로봇, AMM, 자율주행, 수소 등 신사업에 투자하는 경영상 판단도 노조에 선제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기존 협약에 따라 해외공장을 신설하거나 차종 이관, 생산계획 등만 노사공동위원회를 통해 논의한 것에 비해 한층 더 강화된 조치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미래 산업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마련됐다는 점에서 영향이 크다.
노조 입장에서는 신사업 및 해외 생산 확대가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노조 관계자는 “신사업 사전 통지는 고용안정을 지키는 첫걸음”이라며 “사측의 일방적 결정을 견제하고 조합원 고용안정을 위한 공동 대응과 투명한 노사 관계 정착을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노조의 설명과는 달리 현대차의 향후 해외 투자나 신사업 추진 과정에는 상당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경쟁 심화로 투자 결정의 신속성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노조의 반발로 사업 추진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노조의 요구는 해외 투자와 신사업 추진 과정에서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있다”며 “신사업 투자나 생산 거점 마련 등의 전략적 판단은 신속성과 보안이 중요한데 이를 노조와 공유하고 조율한다면 의사결정 지연이나 불확실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결정은 국내 산업계의 바로미터가 되는 만큼 이런 노조의 ‘경영상 판단’에 대한 개입 요구는 자동차는 물론 항공·플랫폼·해운 등 전산업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사업 재편과 신사업 결정 등의 리드타임이 길어질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