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퇴직자 1100명 소송 본안행
승소 시 20년 근속 1인당 최대 1600만 원 추산
기아 판결 등 연쇄 사례 확산 가능성

HD현대중공업 퇴직자들의 통상임금 재산정 소송이 조정 불성립되며 결국 본안 소송으로 넘어가게 됐다. 집단 제소로 시작된 ‘퇴직자발(發) 성과급-퇴직금’ 분쟁이 조정 테이블을 떠나 본격 재판으로 넘어간 사례로, 향후 중공업·제조업 등 기업 전반으로 파장이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노조는 HD현대중공업·HD현대건설기계·HD현대일렉트릭의 최근 3년 이내 퇴직자를 대상으로 소송인단을 모집, 퇴직금 차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4월 15일 울산지방법원에 접수했다. 당초 1000명을 목표로 모집했는데, 최종적으로는 이보다 많은 1100명이 소송에 참여했다.
6월 4일 사측에서는 법률 대리인으로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선임했다는 답변서를 제출했고, 재판부는 이 사건을 조정에 회부하기로 했다. 조정 회부는 재판부가 판결보다는 타협을 통해 양측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할 때 이를 유도하는 절차를 뜻한다.
9월 2일 조정 회의가 열렸지만, 양측은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했고 조정 불성립으로 종결됐다. 본격적으로 수 년에 걸친 법적 공방을 시작하게 된 셈이다.
이번 소송은 사측이 매년 지급한 성과급은 근로 대가인 임금에 해당하므로, 이를 평균임금에 반영해 퇴직금 차액을 지급해달라는 게 요지다.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HD현대중공업에서 20년 동안 근무하며 연간 1000만 원의 성과급을 받았던 퇴직자는 1600여만 원의 퇴직금 차액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노조 측은 예상한다.

퇴직자들의 집단소송은 2024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정기적으로 지급된 명절 상여금이나 정기 상여금이 ‘지급일 기준 재직자에게 준다’ 등의 조건이 붙어도 모두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것에 따른 움직임이다.
이번 소송을 주도한 ‘성과급소송추진위원회’ 관계자는 “2년 전 재직자들이 제기한 소송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지금 올라가 있는데, 먼저 결론이 난다면 이를 준용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HD현대중공업 재직자들이 제기한 소송은 별건으로 이미 진행 중이다. 앞서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성과급을 평균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집단소송을 2023년 제기했다.
법원이 근로자 손을 들어준 선례도 있다. 6월 전직 기아 직원들이 퇴직금에 반영되지 않은 정기상여금 등 각종 수당 수백억 원을 돌려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3차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판결 확정으로 기아가 지급해야 할 임금은 모두 287억5030만 원으로, 1인당 평균 942만 원 수준이다.
다른 기업들도 하반기 임금단체협상에서 성과급 구조와 적용 시점이 핵심 이슈로 부각된 상태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서 통상임금 범위를 넓혀 확대 적용하기로 했고, 대한항공 역시 20년 만에 상여금 전체를 통상임금에 포함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