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 취소” 건설 선례에 떠는 기업들
CEO 스위스 날아가고 3조 투자하고…안간힘
“막는 것도 한계” 토로

철강, 조선, 석유화학 등 중후장대 업계에서 잇따르는 사고로 긴장감이 감돈다. 기업들은 CEO가 직접 나서 안전을 강조하고 관련 투자를 늘리는 등 정부 철퇴를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모습이다.
4일 공시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전일 8시부터 12시까지 4시간 동안 생산 중단에 들어갔다. 거제사업장에서 30대 브라질 국적 선주 감독관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이사는 즉각 사과문을 냈다. 김 대표이사는 “사고 확인 직후 관련 작업을 중단하고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면서 “관계 기관에 적극 협조해 사고 원인을 규명함과 동시에 재발 방지책을 적극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노동부는 한화오션이 사망한 노동자를 고용한 것이 아닌 만큼, 한화오션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처벌할 수 있는지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처법이 적용되면 일정 기간 생산 중단은 물론 대표이사와 안전 담당 임원 등이 처벌 받을 수도 있다.
뿐만 아니다. 같은날 LG화학 온산공장에서는 유독 물질에서 연기가 피어올라 직원들이 긴급 대피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조선, 철강 업계는 대표적 산재 다발 업종으로 꼽힌다. 근로복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조선 3사의 사고성 산재 승인 건수는 △2020년 315건 △2021년 374건 △2022년 490건 △2023년 617건 △2024년 702건으로 최근 5년 새 꾸준히 증가했다.

포스코그룹에서는 포스코이앤씨와 광양제철소에서 산재가 발생하면서 장인화 회장 직속 ‘그룹안전특별진단TF팀’을 신설했다. 장 회장은 스위스 제네바에 직접 방문해 세계적 안전컨설팅 기업 SGS와 안전관리 체계 혁신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정부가 건설사 산재에 대해 건설면허 취소를 포함해, 강력한 제재를 시사한 선례가 있다 보니 중후장대 기업들도 부담이 만만치 않다.
HD현대는 2030년까지 3조5000억 원을 투입해 첨단 안전시스템 구축, 시설 정비와 확충, 임직원 인식 개선 교육에 나서겠다고 4일 밝혔다. 같은날 그룹 전 계열사가 동시에 안전점검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각사 대표이사가 직접 주관했으며, 정기선 수석부회장은 전남 영암 HD현대삼호 조선소를 찾아 김재을 사장과 함께 주요 공정과 위험 작업 구역을 확인했다.
한화오션은 2024년 9월 ‘안전한 조선소’를 만들겠다고 선언하면서 오는 2026년까지 안전문화 구축에 1조976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선소 전체 스마트 안전 시스템 구축(650억 원) △선제적 노후 설비·장비 교체(7000억 원) △선진 안전 문화 구축(90억 원) △체험 교육 중심의 안전 아카데미 설립(500억 원) △협력사 안전 지원 및 안전요원 확대(150억 원) △외부 전문기관을 통한 정기적 안전 평가 및 안전 경영 수준 향상(70억 원) 총 6가지 항목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5월 거제조선소에 통합관제센터를 열었다. 198㎡ 규모의 관제센터에서는 야드 내 CCTV를 통합 모니터링하고 화재 위험 구역에는 AI CCTV를, 고위험 작업장에는 이동형 CCTV를 배치했다.
하지만 안전교육 강화와 투자 만으로 산업재해 ‘제로‘를 달성하기는 한계가 있다 보니 힘이 부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안전 담당 임원이 하루에도 수차례씩 직접 작업장을 돌며 감시하고 있지만 그때 뿐”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제조업계 관계자는 “언제 어디서 사고가 날 지 몰라 대표 명의 사과문을 미리 작성해 둬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면서 “중처법 시행 이후 아예 산업재해 담당 센터를 신설한 대형 로펌들이 있다. 결국 로펌들만 배부르게 됐다는 게 업계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