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5.2%로 올해 목표인 약 5.0%는 무난히 달성할 전망이다. 그런데 중국 경제의 내면을 살펴보면, 그동안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았던 구조적인 문제 가운데 뭐 하나 제대로 해결된 것은 없다.
먼저 투자에 대해서 살펴보자. 지난 1월 7일 자 칼럼(中 경제 관전 포인트는 ‘민간투자’)에서 올해 중국 경제가 외형적으로는 성장세를 유지하겠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수치보다 민간부문에서의 활력이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올 상반기 중국의 전체 투자가 2.8% 증가하는 동안 민간투자는 역으로 0.6% 하락했다. 중국의 민간투자 증가율은 2023년 이후 0%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민간기업은 또한 국유기업보다 돈을 잘 벌지도 못한다. 올 상반기 국유기업의 영업이익률은 5%가 넘지만, 민간기업의 그것은 3.8%에 불과했다. 중국의 간판 기업은 세계시장에서 이름을 드높인다지만, 대부분 민간기업은 여전히 고개를 떨군다.
둘째, 소비 촉진을 위한 정부 정책은 반짝 효과만 가져왔다. 올해 중국 정부는 국내총생산(GDP)의 0.5%에 해당하는 소비지원금을 마련하였다. 노후 제품 교체 시 보조금을 제공하거나, 정부가 지정한 제품을 사면 지원금을 주는 방식이다. 여기에 해당한 품목의 소비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1~7월 가전제품 판매는 30% 증가했고, 사무기기와 통신기기도 각각 23%씩 늘어났다. 하지만, 같은 기간 전체 소비 증가율은 4.8%에 불과했고 자동차, 화장품, 의류 등 품목은 물건이 거의 팔리지 않았다. 자동차 판매는 2%만 증가했는데, 생산량은 10%나 늘어났다(전기차는 33% 증가). 이곳저곳의 자동차 야적장에 신차가 쌓여간다는 게 통계상으로도 드러난다.
셋째, 중국 정부가 전폭적으로 밀어주는 첨단기술 개발이 또 다른 사회주의 지상과제인 일자리 창출을 방해한다. 올해에도 청년실업률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그런데 중국의 경제 구조가 고용 없는 성장으로 바뀌고 있어 고용률을 높이기 어렵다. 2015~2019년에는 연평균 6.7% 성장하고, 고용은 2.7% 증가하였는데, 2020~2024년에는 성장 4.9%, 고용 0.9%로 신규 고용이 거의 사라졌다. 자동화, 인공지능(AI), 디지털화 등의 기술변화로 고급인재의 수요는 늘어나지만, 단순직은 빠르게 기계로 대체되는 중이다.
중국은 선진국보다 단순 노동직 비율이 높고, AI와 보완 관계에 있는 전문직 비율은 낮아 자동화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가 크지 않다. 중국 정부가 산업현장에서 로봇과 AI 도입을 서두를수록 고용은 불안해지고, 소비자는 지갑을 닫는다. 중국 노동자는 스스로 노후 준비를 하지 못했고, 정부의 사회보장정책도 아직 부족하다.
올 한해 중국 경제는 미국의 압박에도 꿋꿋이 제 갈 길을 갈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투자와 소비 구조에서 보인 내부 자생력은 여전히 허약하다. 중국의 과학기술 혁신이 놀랍고, 우리가 배우고 자극받을 충분한 이유가 있지만, 노동 대체형 첨단기술의 순효과는 중국과 같은 전통 제조업 대국에서 더 느리게 나타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