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찬의 사람 중심 기업가 정신] 한국경제의 ‘칼라파고스’ 신드롬⋯‘벌’이 사라지고 있다

입력 2025-09-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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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량기반 중소기업 신남방정책 2.0을 기대한다

2024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2%였다. 경제성장에 대한 수출 기여도는 95%에 달했고 내수 기여도는 5%에 불과했다. 내수만으로는 성장 동력을 만들 수 없다는 점이 수치로 증명된 셈이다. 그런데 중소기업과 스타트업들의 해외 진출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한국경제를 옥죄고 중소기업을 힘들게 하는 핵심은 ‘코리아 갈라파고스(Korea Galápagos)’ 즉 ‘칼라파고스’ 문제이다. 그런데 한국경제의 대책은 글로벌화보다는 국내시장 정책에 몰입하고 있어 안타깝게도 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2025년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망에 의하면 0.8%다. 게다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7%이므로 경제성장률보다 물가상승률이 높아 국민 생활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의 칼라파고스 신드롬을 살펴보자.

중소벤처기업부가 출범한 2017년, 중소기업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4.8%였다. 중소벤처기업부의 목표는 10년 안에 중소기업의 해외 매출 비중을 두 배로 늘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2024년 현재 중소기업의 해외 수출 비중은 오히려 8.2%로 줄었다.

2017년 당시 해외로 수출하는 중소기업의 수는 약 9만5000개였다. 이것을 10년 안에 2배로 늘리고자 했다. 그런데 지금도 약 9만5000여 개에 머무르고 있다.

이것이 한국경제의 ‘갈라파고스 신드롬’이다. 지금 한국경제 위기의 핵심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들이 편안한 국내시장에만 몰입하고 해외 성장 기회에 도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구 2억9000만 명에 매년 5% 이상 성장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기업 수는 아직도 2400개에 불과하다. 성장하는 거대 아세안 시장 앞에서 한국기업들은 도전하기보다는 국내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과거 한국경제는 수출과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성장해왔다. 글로벌 기회는 한국경제를 경제 기적의 나라로 만들었다.

예를 들어, 2000년대만 해도 한국기업들은 해외 진출에 기업의 운명을 걸었다. 2000년대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이 성장하고 있었다. 이때 이 글로벌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 수는 5만 개를 상회했다. 이것이 2000년대 이후 10여 년 동안 IMF 위기를 극복하고 한국경제가 재도약하는 데 핵심 엔진 역할을 했다.

그러나 1인당 국민소득 3만5000달러 앞에서 한국기업들은 어려운 해외시장에 도전하여 혁신하는 기업가정신은 없어지고, 국내 시장에 안주하는 관리자정신이 팽배해지고 있다.

이러한 갈라파고스화의 결과가 올해 0.8% 경제성장이다. 이는 특히 성장하고 있는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신남방 아세안 진출에 실패하여 한국 중소기업계의 미래 성장 기회를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인도네시아 시장은 아직 시스템이 덜 갖춰져 있다고 불평한다. 그러나 시스템이 없는 곳이 바로 ‘기회’이다. 매년 5% 이상 성장하는 인도네시아에는 1980년대 한국처럼 유아교육 수요가 크게 꿈틀거리고 있고, 6세 미만의 유아들이 2000만 명 이상 있다. 그러나 이들을 위한 제대로 된 교육기관이 거의 존재하지 않고 있다.

매년 100만 명의 유아를 대상으로 운영되던 한국의 유치원들은 절반 이상이 문을 닫았다. 만일 한국의 유치원들이 인도네시아로 진출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한국의 유치원들이 기업가정신으로 인도네시아에 진출하여 인도네시아 유아시장을 개척했다면 오히려 큰 성장 기회를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한국은 지금 저성장 경제와 인구 절벽 시대, 백만 명이 태어나던 시절에서 이제 23만 명 출생 시대로 접어들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이 내수 기반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다. 수많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문을 닫고, 그 빈자리를 이른바 ‘정리업’이 채우고 있다.

폐업한 기업과 문을 닫는 식당의 설비와 기자재를 폐기 처리하는 업종이 역설적으로 호황을 맞고 있다는 가슴 아픈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 현실은 한국경제의 구조적 위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결국 한국의 중소기업과 스타트업들은 갈라파고스의 상황 속에서 글로벌이라는 날개가 없이 내수시장 안에서 한쪽 날개로만 날고 있어 비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과연 수출과 글로벌화가 중소기업의 답인가?

이를 위해 내수에만 머무는 기업과 글로벌 무대로 나아간 수출기업의 성과 차이를 살펴보자.

첫째, 글로벌로 시장이 넓어질수록 매출 파이도 커진다. 그래서 수출 중소기업의 매출액은 내수기업의 매출액보다 평균적으로 16% 높다.

둘째, 글로벌 기업일수록 혁신과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다. 수출 중소기업이 내수기업보다 연구개발 투자액이 무려 132%나 더 많다.

셋째, 글로벌 시장에서의 브랜드 전략과 제품 포트폴리오 최적화가 수익성을 높인다. 수출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은 내수기업보다 평균 18% 높다.

넷째, 수출 중소기업이 혁신과 미래 기회로 성장하는 만큼 고용창출도 내수기업보다 39% 많다. 중소기업의 글로벌 확장은 청년들에게 새로운 괜찮은 일자리 창출 기회가 된다.

다섯째, 수출 중소기업이 내수기업보다 임금 수준도 15% 높아 성장의 과실이 직원에게 돌아간다.

결국 수출기업은 공간을 국내에 가두지 않고 글로벌로 확장하면서 성장과 고용의 선순환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의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정책은 갈라파고스처럼 국내시장 정책에 머무르고 있다. 대한민국 중소기업계에서 벌이 사라지고 있다. 글로‘벌’이 사라지는 갈라파고스 때문이다.

한국의 갈라파고스를 풀어낼 핵심은 ‘기업가정신’이다. 기업가정신은 미래의 잠재적 기회를 혁신을 통해 현실로 만들어내는 정신이다.

2025년. 이제 중소벤처기업부의 갈라파고스 중소기업 정책을 전면적으로 전환하여, 중소기업을 글로벌 역량 기업으로 만들어 가는 정책의 대전환을 기대한다.

첫째, 중소기업 정책을 과감하게 역량 기반의 글로벌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연구개발 지원정책으로 바꾸어야 한다. 특히 AI 정책을 미래 먹거리와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을 위한 정책이 되도록 설계해야 한다.

둘째, 아세안 성장시장을 중심으로 한 신남방정책 2.0을 추진하여 새로운 경제 영토를 넓히는 전략이 필요하다. 매년 5% 이상 성장하는 아세안 시장을 게을리하고 0.8% 성장하는 국내시장에 머무는 중소기업 정책으로는 미래가 없다.

셋째, 갈수록 소상공인 정책은 복지정책과 지원정책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 문제 역시 내수라는 한정된 환경 속에서는 해결할 수 없다. 유치원, 학원, 음식점 모두에게 아세안 시장은 큰 기회이다. 지금이야말로 소상공인에게도 글로벌 시장 진출과 해외 수요 활성화라는 두 번째 날개를 달아줄 시점이다.

30년 전 시작된 일본의 갈라파고스는 ‘잃어버린 일본의 30년’을 만들었다. 한국의 갈라파고스도 지금처럼 방치한다면 같은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아세안 성장시장을 중심으로 역량 기반의 글로벌 날개를 달아주는 중소기업 글로벌화를 위한 신남방정책 2.0을 기대한다.

저자 소개

김기찬 교수는 현재 인도네시아 프레지던트대학교의 국제총장이자, aSSIST 석좌교수, 가톨릭대학교 경영학부 명예교수이며, 세계중소기업학회(ICSB) 회장으로 활동 중인 대한민국 대표 경영학자다. 기업가정신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통합한 사람중심 경영 철학의 선구자이자, K-Entrepreneurship의 세계화를 이끄는 학계·실무계의 권위자다.
서울대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도쿄대 경제학부 객원연구원, MIT 국제자동차프로그램(IMVP) 연구위원, 조지워싱턴대학 초빙교수 등을 역임했다. 대통령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혁신경제분과 위원장,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이사, 신남방정책 민간자문위원을 역임하며 정부 자문 역할도 수행했다.
또한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포스코에너지 등 대기업의 자문교수 및 현대모비스·홈앤쇼핑·킨텍스 사외이사 등 산업계와 학계를 연결하는 산학연 허브형 리더로 평가받는다. 윤경ESG포럼 공동대표, 한국인도네시아경영학회 회장으로서 아세안과의 경영교육 및 교류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사람중심 기업가정신'(2018), '이토록 신나는 혁신이라니'(2019), '플랫폼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2015) 등이 있다. 다수의 국내외 수상 경력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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