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VEU 철회로 中 생산기지 직격탄…기술 업그레이드 사실상 차단
알리바바 AI칩 개발 소식에 엔비디아 급락…투심 위축 가속

1일 SK하이닉스가 5%, 삼성전자가 3% 동반 하락하며 코스피를 3140선 아래로 끌어내렸다. 미국과 중국발 악재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43.08포인트(1.35%) 내린 3142.93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3140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달 21일(3141.74) 이후 7거래일 만이다.
지난달 상승세를 보였던 반도체주가 급락하며 코스피를 짓눌렀다. 지난달 한 달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각각 4%, 1% 상승했으나 제한적 반등 이후 9월 들어 두 종목 모두 급락세로 전환되며 시장 전반을 압박했다.
미국과 중국발 악재가 동시에 불거지며 반도체주 약세로 이어졌다.
미국 상무부의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자격 철회 소식이 투자심리를 악화 시켰다. VEU는 미국산 장비를 별도 허가 없이 반입할 수 있는 예외 제도인데 내년 1월부터 삼성과 하이닉스 중국 법인은 건별 심사를 받아야 한다. 기존 생산 유지용 장비 반입은 허용되지만 증설과 기술 업그레이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안 낸드 플래시 팹(월 12만 장), 우시 D램 팹(월 18만 장), 대련 및 솔리다임 낸드 팹(합산 월 14만 장) 등 핵심 생산기지가 직접적 제약을 받게 된다.
중국발 악재도 겹쳤다. 알리바바가 자체 인공지능(AI) 칩을 개발했다는 소식이 투자심리를 크게 흔들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29일 “알리바바의 새 AI 칩은 기존 칩보다 범용성이 높고, 다양한 AI 추론 작업에 활용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알리바바는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사 중 하나였지만,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칩을 자체 개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공공 데이터센터 칩의 절반 이상을 국산화하라는 방침을 내린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 같은 소식은 곧바로 뉴욕증시에 반영됐다. 지난주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가 3% 넘게 하락했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3% 이상 떨어졌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알리바바의 자체 AI칩 개발 소식은 지난 1월 딥시크 사태처럼 미국 반도체 업체들에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의 상대적 약세 가능성을 우려한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VEU 철회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앞으로는 건별로 미 상무부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여기에 알리바바 AI칩 개발 소식까지 겹치면 미국 내 AI 반도체주의 낙폭이 확대되고 SK하이닉스가 특히 더 약세를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단기적인 충격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공급 제약이 발생하면 오히려 메모리 가격 방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중기적으로 선단공정 전환 속도가 늦춰져 ASP(평균판매단가) 방어에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중국 내 생산라인이 낡아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메모리 공급 차질은 미국 클라우드 기업(CSP)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만큼, 엔비디아 H20 수출 규제 완화 사례처럼 향후 정책이 다시 완화될 여지도 있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