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압박·증세 부담 겹쳐
은행권, 생산적 금융 위해
기업 유동성 지원책 강화

은행권의 기업 주식ㆍ채권담보대출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관세를 앞세운 미국의 대규모 투자 압박과 국내 법인세 인상, 규제 입법 등 대내외적 악재가 겹치면서 기업의 자금난이 심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은행권은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에 맞춰 기업 유동성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을 제외한 17개 국내 은행의 유가증권담보대출 잔액은 3월 말 기준 17조9543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17조1629억 원에서 불과 석 달 만에 7914억 원 늘어난 수치다. 2023년 말(16조2876억 원)과 비교하면 1조6000억 원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유가증권담보대출은 기업이 보유한 상장 주식이나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담보로 제공한다.
은행별로 KB국민은행이 9조175억 원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가장 많은 비중을 기록했다. 이어 하나은행 3조1215억 원, Sh수협은행 2조8767억 원, NH농협은행 1조326억 원 순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의 유가증권담보대출 잔액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내수 경기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고, 미국 상호 관세에 따른 무역 환경 변화로 기업들이 외부 차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내몰리고 있어서다. 상법 개정, 노동조합법2ㆍ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등 반기업 입법으로 인해 기업들의 투자·경영 비용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자금 수요는 커지는데 (기업들의) 조달이 원활하지 않고, 대외 투자는 불가피한데 각종 규제와 증세까지 엎친데 덮친격”이라며 “어려운 경제 상황과 맞물려 당분간 유가증권담보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담보 위주의 차입 관행은 시장 충격 시 금융시스템 전반에 연쇄 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은행권은 정부의 기업 유동성 지원 정책인 생산적 금융 확대 등으로 이러한 잠재 리스크에 대비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KB 중소기업 동반성장 프로젝트를 통해 특화상품 새 단장 외에도 금리 우대, 신산업 자금을 지원한다. 국가 주력 산업 금융 지원을 위한 특별 출연과 전용보증서 발급도 진행한다.
신한금융은 신한은행의 서민층 금융부담 완화를 위한 ‘헬프업&밸류업(Help-up&Value-up)’ 프로젝트를 제주은행과 신한저축은행으로 확대해 기업·가계 대출 금리를 낮추고 장기연체 이자를 감면해 주고 있다.
우리은행은 산업통상자원부와 우량·선도 중견기업을 발굴해 여신한도 4조 원, 금융비용 600억 원을 지원한다. 하나은행은 인천, 대전, 충청 등 중소기업을 위한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장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기업의 자금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