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선박 늘리고 항만 인프라 현대화 박차
K조선 3사, 현지 법인 설립하고…MOU 체결

한국 조선 3사가 인도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인도 정부는 2030년 세계 10대, 2047년 세계 5대 조선 강국 도약을 목표로 대규모 육성 로드맵을 밝혔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노후 선박 교체 수요가 맞물려 인도가 새로운 기회로 떠오른 모양새다.
1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인도 조선산업의 시장 규모는 약 11억 2000만 달러(한화 1조 5602억 원)에서 2033년 약 80억 달러 수준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4년 총선에서 과반 확보에 실패한 나렌드라 인도 총리는 일자리 창출 압박을 받고 있어, 고용창출효과가 높은 조선업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1000척 이상 상선 확보 계획을 밝혔다.
인도 조선업은 현재 글로벌 점유율 0.06% 수준이다. 인도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원유를 많이 수입하지만 이를 운송하는 자국 선박 비율이 5%에 불과하다. 또 선대가 15년 이상의 노후 선박들이 대부분이어서 교체가 필요하다. 여기에 방위산업 수요까지 더해져 2027년까지 군수 발주가 현재 대비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오션은 올해 상반기 인도 우타르프라데시 주에 해외 법인을 설립했다. 인도에 마련한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는 해양유전 생산설비,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와 부유식액화천연가스생산설비(FLNG) 등 해양플랜트 상부 구조물의 상세설계 업무를 일부 수행할 것으로 알려다. 수도 델리 인접지인 우타르프라데시 주 노이다시는 다수의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이 자리한 산업 중심지로, 풍부한 기술 인재와 인프라를 갖춰 설계 역량을 확충하기에 적합한 지역으로 꼽힌다.
한화오션은 현지 인력과 협력 네트워크를 활용해 장기적 기술 기반을 다지고, 인도 정부의 조선·해양 산업 육성 정책과 약 4조원 규모 금융 지원을 성장 발판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방산 분야를 앞세워 인도 해군 및 국영 조선소와 접점을 확대 중이다. 인도는 잠수함·군함 등 방위산업 분야에서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국가 중 하나다.
삼성중공업은 LNG 운반선,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인도 정부와 접촉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2016년 일찌감치 인도 최대 국영 조선소인 코친조선소(CSL)와 선박 기술협력 MOU를 맺고 LNG 운반선 등 대형 선박 건조 협력 길을 열은 바 있다. 코친조선소는 인도 정부가 67.9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HD현대 역시 7월 코친조선소와 조선 분야 장기 협력을 위한 포괄적 MOU를 체결했다. 설계·구매 부문 지원은 물론, 생산성과 품질 향상을 위한 기술 협력, 인력 양성과 교육훈련 체계 구축 등 전방위적 협력을 추진한다.
이미 협상이 진행 중인 건도 있다. 인도해운공사(SCI)는 10억 달러 규모의 선박 발주를 위해 한국과 중국의 조선소에 견적을 보내 협상을 벌이는 중이다. SCI 이번 발주에는 1차 물량으로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2척과 대형 컨테이너선 4척이 포함됐다. 선가는 VLCC 척당 1억 2000만 달러(약 1600억 원)이고, 컨테이너선은 척당 1억 8000만~1억 9000만 달러(약 2480억~2600억 원) 사이가 될 전망이다. 중국 조선업이 글로벌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지만, 인도 정부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이유로 ‘중국 배제’ 전략을 공공 발주에 적용하고 있어 한국이 경쟁에서 유리하다는 관측이다.
다만 인도 내 주요 조선소는 1만 재화중량톤수(DWT·Deadweight tonnage) 이상 선박 건조에 제약이 있어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은 리스크다. 숙련 인력 부족과 규제와 행정 절차의 불확실성도 부담이다. 국내 조선업계 관계자는 “인도는 아직 미성숙한 시장이지만, 정부의 산업 육성 의지가 강하고 성장 잠재력이 크다”며 “지정학 리스크로 한국 조선소가 전략적 파트너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 투자 매력도가 점차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