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한국 두 대표기업 겨냥
한미 무역 협상에도 부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불안 가중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전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을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명단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VEU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사업에서 미국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던 일종의 제재 면제 조치였다. 그러나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미국은 돌연 혜택을 회수해갔다. 제외 대상은 인텔 반도체 유한공사, 삼성 반도체 유한공사, SK하이닉스 반도체 유한공사 등 세 곳이다. 다롄에 있는 인텔 반도체 유한공사도 SK하이닉스가 인수한 만큼 모두 한국 기업 공장인 셈이다. VEU에서 배제된 중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은 현지에 미국 장비를 도입할 때마다 개별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한다. 미국 연방 관보에 따르면 면제 기간은 120일 남았다.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관보에 게재한 성명에서 “이번 조치는 미국 제조업체에는 아무런 혜택도 주지 않으면서 외국 생산업체에만 도움이 되는 관행을 종식하기 위함”이라며 “제외 대상의 생산 능력 확장이나 기술 업그레이드를 허용하는 라이선스를 부여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상무부에서 수출 통제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제프리 케슬러 BIS 담당 차관은 “트럼프 정부는 수출 통제의 허점, 특히 미국 기업을 경쟁에서 불리하게 하는 허점을 없애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이번 결정은 이러한 약속을 지키는 데 중요한 단계”라고 설명했다.

시장 조사업체 번스타인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반도체 장비 시장에 미미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해 중국 이외 기업들이 중국 공장 신규 장비 구매에 지출한 금액은 20억 달러(약 2조7800억 원)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해 장비 업계 전체 매출의 2%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해외 기업이 소유한 중국 내 공장들의 메모리 칩 공급에는 상당한 영향이 불가피하다. 이들 공장은 전 세계 컴퓨터 메모리 생산의 10%, 스토리지 칩 생산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탓에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불안도 가중하고 있다.
이런 우려에도 미국이 조치에 나선 것은 대중국 첨단기술 확산을 차단하는 동시에 자국 기업을 보호하는 전략적 의도가 큰 것으로 풀이된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 속에 한국 기업 입지를 흔드는 분수령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그간 미국 상무부와 VEU 제도의 조정 가능성에 관해 긴밀히 소통해 왔다”며 “VEU 지위가 철회되더라도 우리 기업들에 대한 영향이 최소화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와 계속 긴밀히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은 한국과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합의했지만, 이를 실행하는 것은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이에 7월 30일 관세 협상이 타결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자동차 관세는 계속 25%가 적용되고 있다. 이에 미국이 자동차 관세를 지렛대로 삼아 앞으로도 한국에 새로운 청구서를 내밀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일본과 유럽연합(EU)도 비슷한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