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주의·기술 장벽 등 과제 상존
해법 찾기 분주한 조선업계…정책적 지원 필요성도

미국이 자국 조선업 재건과 고용 확대를 내세우며 한국 조선소에 단순 수출입을 넘어 현지 중심의 공급망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국내 조선업계는 현지 투자와 기술 협력, 공급망 다변화 등 생존 전략 마련에 분주하다.
관건은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되며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 원가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후판 가격은 꾸준히 상승세다. 내수 시장에서는 중국산 저가 물량에 대한 반덤핑 관세 영향으로 가격이 뛰고 있다.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 철강재에 50%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현지 건조 과정에서도 비용 압박이 불가피하다.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가 진행됨에 따라 미국 의존도가 심화할 수 있다는 점도 리스크다. 중국은 이미 가격 경쟁력을 넘어 기술력까지 추격하고 있어 우리나라가 특정 시장에만 집중할 경우 장기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조선업계도 현지 합작 공장 설립이나 다변화된 공급망 구축 등 대응 전략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한국 조선업체들은 미국의 주요 철강업체와 10년 이상의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마스가 펀드가 제공하는 재정적 지원을 활용해 현지 철강 및 기자재의 공급 비중을 전략적으로 늘리고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미국산 우선 구매)’ 법안이 요구하는 미국 내 현지 가공 비율을 충족할 수 있도록 설계해 관세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술 장벽도 넘어야 할 과제다. 군함·특수선 분야는 기술 이전이 엄격히 제한돼 단순 조립이나 하청에 머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이 원하는 스마트십, 인공지능(AI), 친환경 추진 기술을 공동 개발 형태로 제공하되, 독자적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균형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권 교체와 외교 기조 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여기에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 암모니아·수소 연료,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스마트십 기술 등이 각광받고 있다. 한국 조선소 역시 LNG선 우위에 친환경·디지털 기술을 포괄한 공급망 전략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업계는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도 강조한다. 미국 현지 인증과 규제 대응은 개별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한미 양자 협력을 강화하고 유럽연합(EU)과의 3각 연계를 통한 협상력 확대, 기자재 중소기업의 동반 진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