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지고 보면 인하 이유 딱히 없어...밀린 숙제하듯 일회성 인하 그칠 수도
이창용 총재 내년 4월·신성환 위원 내년 5월·유상대 부총재 내년 8월 줄퇴임도 변수

한국은행 8월 금융통화위원회가 마무리됐다. 기준금리는 연 2.50%로 동결됐고, 신성환 금통위원이 25bp(1bp=0.01%포인트) 인하 소수의견을 냈다. 향후 3개월내 기준금리를 예측해 볼 수 있는 한국판 포워드가이던스에서는 6명의 금통위원 중 5명이 인하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같은 결과에 채권시장은 기준금리 인하 시점만 뒤로 밀렸을 뿐 인하 기조엔 변함이 없다고 평가했다. 대다수 전문가와 시장 참여자들은 10월 인하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이고, 내년 상반기까지 총 두 차례 금리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같은 전망에 대체로 동의한다. 일종의 베이스(기본) 시나리오인 셈이다.
다만, 이같은 기대가 현실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즉, 지금까지 언급한게 있으니 밀린 숙제하듯 일회성 인하를 할 수도 있고, 채권시장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이겠지만 이창용 총재 임기가 끝나는 내년 4월까지 말의 성찬만 있을 뿐 실제 인하가 없을 가능성까지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본다. 소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협상에서 수십 차례 말을 바꾸며 유예·철회·번복을 반복했듯(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 이창용 총재의 라코(RACO·Rhee Always Chickens Out) 가능성이다.
이같이 보는 이유는 28일 한은 금통위와 이 총재 기자회견 등을 종합해보면 금리인하보다 동결 근거가 더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선, 인하 근거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잠재 수준보다 낮은 성장세 지속이다. 통화정책방향에서는 ‘성장의 하방리스크 완화를 위한 금리인하 기조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도 “당분간 낮은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금리인하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데 이어 “내년 상반기까지는 인하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인하를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한은 금리인하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전 세계 이목이 쏠렸던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회 의장의 잭슨홀 연설 후 시장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 드리고 있다. 그러잖아도 트럼프 행정부는 파월과 연준을 향해 금리인하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반면, 동결 근거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우선 금리인하가 성장을 뒷받침하기보다는 부동산값을 높일 위험성이다. 따지고 보면 이번에 금리인하를 하지 않은 이유도 부동산값 상승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현 상황에서는 성장률보다는 부동산 가격을 더 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실제, 최근 부동산값은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국민은행 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14억 원을 돌파했다(7월 기준). 올들어 7월까지 월평균 상승폭도 1900만원에 달한다. 이를 지난해 같은기간 평균상승폭(203만원)과 견줘보면 10배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성장률의 경우 이 총재가 언급했듯 기준금리를 25bp 인하시 성장률은 보통 0.06%포인트(p) 오른다. 이를 감안하면 두 차례 추가 금리인하를 하더라도 파급시차를 감안하면 올 성장률엔 별 효과가 없고, 내년 경제성장률만 1.7%(한은 8월 전망치 1.6%+0.12%p 후 반올림)로 올릴 뿐이다.

한은이 공식적으로 잠재성장률을 2.0%로 추정한 시기는 2021년 9월이다. 당시 코로나효과 등으로 2019~2020년 2.2% 수준이던 잠재성장률이 2021~2022년 2.0%를 기록 중이라고 밝혔었다. 저출생·고령화와 그간의 하락추세를 감안해보면 단순계산하더라도 잠재성장률은 최대 1.8% 수준일 것으로 보는게 합리적이다. 이를 감안하면 현재 경제성장률갭(GDP갭) 마이너스(-)1% 수준은 축소될 수 있다.
실질 금리가 다른 나라보다 낮다는 점,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 총재는 “실질금리 수준을 보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오히려 낮은 수준에 있다”고 말했다. 또, 잠재성장률 하락을 막기 위해 “여러가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 기준금리에서 소비자물가(CPI)나 기대인플레이션을 뺀 실질 기준금리는 각각 0.41%와 0.0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소위 좀비기업까지는 아니지만 벌어서 이자도 내지 못하는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 비중도 2024년 기준 40.9%에 달해 2013년 통계집계 이래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 자료 기준).

이밖에도 내년에 금통위원들의 줄퇴임이 예정돼 있다는 점도 향후 통화정책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 총재가 내년 4월20일에, 신성환 위원이 5월12일에, 유상대 부총재가 8월20일에 각각 퇴임한다. 그간 역사를 보면 한은 독립성은 국민의힘이 정권을 잡았을 때 흔들렸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정권을 잡고 있다는 점에서 안심이 되지만, 정부와 코드가 맞는 인사가 될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