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컵·켄터키 더비·해피 웬즈데이까지 글로벌 무대 한눈에
여느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경마에도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국제무대가 존재한다. 말과 기수가 펼치는 질주는 단순한 승부를 넘어 국경을 초월한 교류의 장이 되고, 각 나라의 문화와 여가가 집약된 축제가 된다.
9월 6일 렛츠런파크 서울에서는 한국 경마의 국제 초청경주인 ‘코리아컵(Korea Cup)’과 ‘코리아스프린트(Korea Sprint)’가 열린다. 일본, 미국, 홍콩 등 경마 강국의 명마들이 출전해 서울이 국제 경마의 중심 무대 중 하나로 인정받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에 이들 국가의 경마 문화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도쿄 경마장은 일본 경마를 상징하는 무대다. 일본중앙경마회(JRA)를 대표하는 이 경마장은 1933년 도쿄 후추시에 문을 열었다.
총 수용 인원은 22만3000명으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기네스북에도 등재돼 있다. 잔디주로와 모래주로를 동시에 갖춰 다양한 조건의 레이스를 소화할 수 있고, 가로 66m·세로 11m 규모의 전광판은 관람객들에게 압도적인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매년 가을 세계 정상급 경주마들이 모이는 ‘재팬컵’의 개최지로도 유명하다.
일본 경마는 팬 문화에서도 독특하다. 팬들은 경주가 끝난 뒤 패독에서 말을 향해 손을 흔들고, 인기마의 은퇴식에는 수만 명이 몰려 눈물로 작별을 고한다. 일본의 경마는 승부를 넘어 대중적이고 일상적인 문화로 자리 잡아왔다.

미국을 대표하는 무대는 켄터키주 루이빌의 처칠다운스(Churchill Downs)다. 1875년 개장해 15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며, 관중석 위의 쌍둥이 첨탑은 미국 경마의 아이콘이자 도시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매년 5월 첫째 주 토요일 열리는 켄터키 더비(Kentucky Derby)는 미국 3관 경주(Triple Crown)의 첫 관문으로, ‘Run for the Roses’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우승마에게 554송이의 장미 화환이 걸리기 때문이다.
켄터키 더비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미국을 하나로 묶는 대중 축제다. 현지 경제 파급효과만 약 4억 달러(약 5000억 원)에 달하며, 수십만 명의 관중이 현장을 찾고 수억 명이 중계방송을 지켜본다. 전통 칵테일 민트 줄렙과 화려한 모자를 쓴 여성 관객의 모습은 미국 경마의 사회적 성격을 잘 보여준다.

홍콩은 일본과 함께 아시아 경마의 쌍두마차로 꼽힌다. 대표 무대는 샤틴과 해피 밸리 두 곳이다.
샤틴 경마장은 1978년 개장해 약 8만 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홍콩컵과 홍콩 스프린트 같은 국제적인 G1 경주가 열려 세계 정상급 기수와 경주마들이 집결한다. 홍콩 경마가 세계 무대와 직접 연결되는 창구다.
반면 해피 밸리 경마장은 1845년 문을 열어 170년 넘는 역사를 가진 곳으로, 도심 빌딩 숲 사이에 자리해 독특한 풍경을 자아낸다. 매주 수요일 밤 열리는 ‘해피 웬즈데이(Happy Wednesday)’는 퇴근한 직장인들이 맥주와 음식을 즐기며 경주를 관람하는 시민 레저 문화로 자리 잡았다. 관광객에게도 ‘야경 속 경마’라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홍콩 자키클럽은 경마 수익을 교육·복지·문화에 재투자하며, 경마가 사회적 공헌의 제도로 작동하는 독특한 모델을 보여준다.
일본, 미국, 홍콩의 사례는 경마가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생활문화, 축제, 도시 레저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음 달 6일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열리는 코리아컵과 코리아스프린트는 이러한 맥락 속에서 한국이 국제 경마의 중심 무대로 자리 잡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세계 각국의 명마와 기수들이 한국을 찾는 이날, 서울은 단순한 국제 경주의 무대가 아니라 경마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레저이자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발전해 가는 현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