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리더는 문화를, 문화는 리더를 키운다

입력 2025-08-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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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재 청주대 경영학과 교수(한국기업경영학회 회장‧전 대한리더십학회 회장)

▲ 최우재 청주대 경영학과 교수(한국기업경영학회 회장‧전 대한리더십학회 회장)
▲ 최우재 청주대 경영학과 교수(한국기업경영학회 회장‧전 대한리더십학회 회장)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덤블도어 교수는 호그와트 교장으로서 해리‧헤르미온느‧론과 같은 젊은 리더를 발굴하고 성장시켰다. 덤블도어 교수는 지혜, 통찰력, 침착함, 솔선수범, 개방적인 소통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동시에 학생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실행하게 만든다. 호그와트는 지식만을 가르치는 공간이 아니라 용기와 우정, 도덕성과 전략적 사고를 함양하는 인재 양성의 플랫폼이다.

샘 올트먼(Sam Altman)이 주도하는 오픈AI는 단지 새로운 인공지능(AI) 기술뿐만 아니라 윤리, 미래에 대한 철학, 개방성과 혁신이 융합되는 시대를 설계한 리더십의 결과물이다. 그의 리더십은 통제보다는 호기심, 개방성, 질문 중심의 문화를 강화하는 데 있다.

챗 GPT, 코덱스(Codex), 달리(DALL·E)와 같은 혁신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에 대한 끈질긴 질문을 통해 완성됐다. 무엇보다 샘 올트먼은 창의성과 윤리가 결합된 조직문화를 만들었다. 그 문화는 샘 올트먼이 퇴출될 위기에서 직원 95%가 연판장을 돌리면서 리더를 지키고 키워내게 만들었다.

‘리더십 문화’ 설계‧실천할 책임 느껴야

지금껏 우리 사회는 리더 개인의 역량에 집중하면서 그 리더를 만들어 내는 문화적 기반에는 소홀했다. 현재 정치권과 공공 부문은 장관 후보자들 및 고위 공무원들의 도덕성 논란과 책임 회피로 인해 국민 신뢰를 잃고 있다. 기업은 단기성과에 매몰된 나머지 윤리와 생명존중의 가치를 희생시키고 있다. 시민사회 역시 리더십의 권위를 비판하면서도 새로운 대안을 만들고 실천하는 데에는 소극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좋은 사람도 리더로 자랄 수 없게 만드는 문화와 시스템에 있다. 리더십 위기의 본질은 개인의 경계를 넘어서는 구조적 문제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 전체가 리더십 문화를 설계하고 실천할 책임을 함께 가져야 한다.

리더십 문화는 단순한 교육이나 매뉴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이에 리더십 문화 정착을 위한 방안을 조직문화 이론가 에드거 샤인(Edgar Schein)을 참고하여 인공물(artifacts), 명문화된 가치와 신념(values), 기본가정(assumptions)을 통해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리더십에 대한 기본가정(통념)에 변화가 필요하다. 머리 속에 ‘정치는 원래 그런 거야’. ‘리더는 지시하고 부하는 따라야 해’와 같은 통념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 말아야 한다.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든 권위주의 시대의 리더십이 되살아난다. 시민의식의 수준과 리더의 수준이 다르지 않다. 리더십은 한 두 사람이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 사회가 함께 가져야 할 공공재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둘째, 명문화된 가치와 제도를 일치시켜야 한다. ‘민주주의’, ‘포용’, ‘참여’, ‘공정’ 등을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시민은 여전히 ‘권위주의’, ‘기득권’, ‘형식적인 협치’, ‘불공정과 차별’을 경험하곤 한다. 표방하는 가치와 현실의 경험이 다르면 리더십은 신뢰를 잃는다. 예를 들어 공정을 외치면 불공정 채용, 권력형 특혜에 대한 강력한 내부 고발 보호, 처벌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한발 더 나아가 리더가 조직을 위기로 몰고 갔다면 자신의 퇴로를 찾는 것이 아니라 책임지는 전례를 만들어야 한다.

리더와 문화 함께 가는 시스템 갖추길

셋째,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리더십 문화의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한 국가의 문화는 시민이 일상 속에서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으로 구성된다. 공공부문의 슬로건이 허언이 되지 않도록 시민 체감형 장치들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시민이 지사·시장·기관장 등을 평가하고 그 결과가 공시되는 시스템 등이 필요하다.

국가와 사회의 리더십은 우리 사회가 리더를 어떻게 바라보며 어떻게 수용하는 가에 의해 결정된다. 문화가 없으면 어떤 뛰어난 리더도 지속되지 못한다. 또한 리더 없이 문화는 자리 잡지 못한다. 함께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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