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쇠고기 ‘마지노선’ 시험대…한미 정상회담 농업 개방 분수령

입력 2025-08-24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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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검역 단축·시장 확대 요구 가능성
트럼프, 농업 개방 직접 언급 땐 협상 급변수
韓 “추가 개방 없다” 방어 재확인…농민사회 반발·정치권 변수 확대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한국 농업시장 개방을 다시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한국의 쌀·소고기 장벽을 문제 삼아왔고, 우리 정부는 '추가 개방은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회담에서 농업이 직접 언급될 경우 향후 협상 국면에서 통상 압박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24일 정부 등에 따르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농업분야에서 △쌀 시장 부분 개방 △소고기 수입 확대 △신선 농산물 검역 간소화 등을 거론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30일 한미 양국은 관세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했지만, 민감 쟁점인 농산물의 경우 양국의 주장이 엇갈렸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한국이 자동차와 쌀 같은 미국산 제품에 대한 역사적 개방을 할 것”이라고 언급했으나, 우리 정부는 쌀·소고기 등 ‘레드라인’을 지켜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미국 측 주장이 미국 내 농민과 소비자를 겨냥한 정치적 발언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향후 농산물 관련 미국의 압박이 계속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국 정부 협상단과 무역 합의를 타결한 이후 단체사진을 함께 찍고 있다. (백악관 엑스 계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국 정부 협상단과 무역 합의를 타결한 이후 단체사진을 함께 찍고 있다. (백악관 엑스 계정)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후로 “한국을 비롯한 교역국이 미국 농민에게 불공정한 장벽을 세운다”고 비판해 왔고, 미 무역대표부(USTR)는 매년 보고서에서 한국의 검역 절차를 대표적 무역 장벽으로 지목해 왔다. 문제 삼아온 핵심은 △30개월 미만 소고기 수입 제한 △미국산 사과·감자 등 신선 농산물의 까다로운 검역 절차다.

특히, 쌀과 소고기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유일하게 관세 철폐에서 빠진 35개 품목 중 대표적인 민감 품목이다.

실제로 한미 FTA에 따라 1591개 농축산물 중 약 97.8%는 2031년까지 관세가 모두 철폐되지만 쌀은 예외 품목이다. 소고기는 2026년까지 단계적 관세 철폐가 진행 중이지만, 30개월령 제한 등 위생·검역 규제가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 있어 이번 회담에서도 양국 간 농업 현안이 다시 테이블 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쌀과 소고기 추가 개방은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미국의 농산물 개방 요구에도 불구하고 쌀과 소고기는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역시 “최종 협상에서 개방하지 않기로 합의됐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지금은 소나기를 피했지만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며 “언제까지 방어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니 농업 경쟁력 강화와 수출 시장 다변화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산물 개방 문제와 함께 비관세 장벽도 논점으로 거론된다. 한국의 수입위험평가 절차는 평균 8.1년, 수출 시에도 7.9년이 걸려 미국 측은 이를 지나치게 길다며 간소화를 요구해왔다.

송 장관은 “검역 절차 8단계를 줄일 수는 없지만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해 분석 속도를 높이고, 검역본부에 미국 전담 직원을 배치해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산 체리는 3.7년 만에 수입이 허용된 선례가 있어, 미국산 감자·천도복숭아 등 신선 농산물 협상도 속도가 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달 31일 한미 통상협상에서 우리 정부가 쌀과 소고기 시장 추가 개방을 막아내면서 농업 분야에서는 일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협상단은 우리나라가 농축산물 시장 개방에 정치·정서적으로 민감하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지난 2008년의 광우병 집회 사진을 미국측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2008년 6월 촛불집회 모습. (사진제공=공동취재단)
▲지난달 31일 한미 통상협상에서 우리 정부가 쌀과 소고기 시장 추가 개방을 막아내면서 농업 분야에서는 일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협상단은 우리나라가 농축산물 시장 개방에 정치·정서적으로 민감하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지난 2008년의 광우병 집회 사진을 미국측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2008년 6월 촛불집회 모습. (사진제공=공동취재단)

농업계는 이번 회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쌀은 국내 곡물 자급의 상징적 의미를 갖는 데다, 소고기 역시 축산업계 생존과 직결돼 정치적 파급력이 크다. 과거 쇠고기 수입 협상이 촛불 집회로 번진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에도 개방 압박이 현실화할 경우 농민단체와 시민사회 반발이 거셀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정치권 역시 농업을 ‘최후의 방어선’으로 규정해 공세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아 협상 과정에서 국내 정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이 △쌀 시장 부분 개방 △소고기 수입 확대 △신선 농산물 검역 간소화 등을 요구할 수 있다고 본다. 정부가 원칙적으로 ‘추가 개방 불가’ 방침을 고수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농업 문제를 직접 언급할 경우 이후 협상 국면에서 강력한 압박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농정 전문가는 “쌀과 소고기는 단순한 경제 품목이 아니라 농촌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 정치적 파급력이 크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를 공식 의제로 올린다면 국내 여론과 정치권의 대응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회의 준비에 분주한 모습으로 다양한 시나리오에 맞춘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상 사전에 양국 간 협의가 된 사안이 아니더라도 본인이 관심을 가지는 주제를 정상회담에서 얼마든지 꺼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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