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듀서 겸 싱어송라이터 빈스(Vince)의 이름이 뜨겁게 오르내리고 있다. 신인 혼성 그룹 올데이 프로젝트, 전 세계에서 흥행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이하 케데헌), 내밀한 성장으로 이름을 다시 한번 각인한 전소미까지, 최근 '핫'한 가요계 이슈라면 그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
이번엔 자신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고 돌아왔다. 가수 지드래곤의 든든한 지원 사격을 받아 새 디지털 싱글 '차차차(CHA CHA CHA)'를 발매, 최고의 프로듀서에서 아티스트로 컴백하는 빈스다.
신보 발매에 앞서 서울 용산구 한 카페에서 만난 빈스는 최근 연달아 거둔 성공에 대한 질문에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해맑게 웃었다.

그는 "올데이 프로젝트는 열심히 준비한 만큼 성과가 나서 기뻤지만, 사실 '케데헌'은 기대를 크게 안 했다. 반응이 너무 뜨거워서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더라. 아직도 어느 정도 스케일인지 가늠이 안 된다. 아마 내년에 저작권료가 들어오면 금전적으로 실감하지 않을까"라고 웃었다.
빈스를 비롯한 더블랙레이블 프로듀서진은 '케데헌' 다수 곡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빈스는 극 중 악귀 보이 그룹 '사자 보이즈'의 '소다 팝(Soda Pop)', '유어 아이돌(Your Idol)'에 참여했다.
빈스는 "매기 강 감독님께서 이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고, 음원을 무조건 테디 형한테 받고 싶다고 제안하셨다.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를 제작한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이기에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생소한 콘셉트라고 생각한 게 기억난다"며 "작업을 한 것도 까먹고 있었을 만큼 생각보다 (작품 공개까지) 오래 걸렸다. 사자 보이즈라는 이름과 구체적인 설정은 그때부터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자 보이즈 곡들을 가이드로 많이 불렀다. 소니 측에서 음원에도 제 목소리를 쓰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주셨는데, 최종적으론 성우분 목소리와 제 목소리가 너무 안 맞아서 불발됐다"며 "훨씬 잘 살려주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특히 청량하고 귀여운 분위기의 '소다 팝'에 대해서는 "사자 보이즈의 설정과 대비되게 발랄한 곡이 있어야 한다는 주문에 맞게, 스토리 그대로의 스케치를 보면서 작업했던 기억이 난다"며 "근데 제 목소리를 제가 듣기가 힘들더라. 지금 음원을 듣는 게 대중분들께 더 좋을 것 같다"고 부연해 웃음을 자아냈다.
상큼하고 발랄한 '소다 팝'과 다크하고 묵직한 '유어 아이돌'만 보더라도, 다채로운 음악을 선보이는 빈스다. 그는 "여러 프로듀서와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완성할 수 있는 더블랙레이블의 시스템 덕분"이라며 "테디 형의 리더십이 강력하시기에 거기에 맞는, 정돈된 하우스라고 보면 될 듯하다"고 말했다.

빈스는 새 싱글 '차차차'를 발매, 이번엔 아티스트로의 매력과 실력을 가감 없이 자랑할 예정이다.
'차차차'는 부드러운 멜로디 위에 경쾌한 라틴 차차(Cha-cha) 리듬을 더한 힙합 알앤비(R&B) 트랙이다. 청량한 퍼커션으로 시작되는 비트 위에 그루비하고 감성적인 보컬이 어우러져 여름밤을 닮은 시원한 무드를 만들어낸다.
곡의 시작은 단순했다. 빈스는 "프로듀서 형이 '차차차'의 키워드와 멜로디를 갖고 있었다. 설운도의 '다함께 차차차'라는, 전 국민이 아는 노래를 재밌고 현대적으로 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브릿지는 새로 만들었고 기존 콘셉트를 유지하면서 어떻게 재해석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지드래곤이 피처링에 나서면서 눈길을 끈다. 그는 협업에 대해 "(지드래곤) 형이 제대하고 빅뱅과 솔로 곡 준비를 위해 더블랙레이블에 자주 오시던 시기에 제가 이 곡을 작업하고 있었다. 프로듀서 한 분이 지디 형에게 피처링을 물어봤는데, 형이 노래를 틀어보라고 하시더라"며 "노래를 들은 형이 '빈스야, 너 스타가 되고 싶니?'라고 물으시더라. 바로 '네! 형, 저 스타가 되고 싶어요'라고 답했다"고 전해 웃음을 안겼다.
빈스는 지드래곤을 "온리 옵션"이라고 설명했다. "2절이 비어 있어 피처링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제겐 지디 형이 유일한 선택이었다"며 "피쳐링이지만 본인 파트를 직접 메이킹하시고, 녹음할 때도 스스로 디렉팅하는 느낌이었다. 뮤지션으로 많이 배웠고, 본인 파트 외에도 의견을 많이 주셔서 즐겁게 작업했다"고 작업 분위기를 전했다.
발매일이 지드래곤의 생일과 겹친 건 우연이었지만, 그마저도 특별한 의미로 남았다. 그는 "여름에 곡을 내고 싶었는데 더블랙레이블 아티스트들 활동으로 일정이 안 맞았다. 딱 이때밖에 여유가 없더라. 제가 장난처럼 '형 생일날 나올 수도 있겠네요'라고 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됐다. 지디 형이 본인 생일에 제게 주는 선물이랄까”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뮤직비디오는 애니메이션 형식으로 제작됐다. 빈스는 "좀 더 밝고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었다. 마침 '케데헌'도 터지지 않았나. 잘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며 "댄스 디렉터인 베이비 주와 삼바를 따라하고 포인트를 공부했다. 흥이 나면 춤추는 편이지, 댄서들처럼 추기에는 너무 벅차다. 아이돌이 얼마나 힘든지 새삼 느꼈다. 챌린지를 염두에 두긴 했다. '스타가 되고 싶니' 질문에 부응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부연했다.
최근 연이어 거둔 흥행으론 자극도 받았다. 그는 "레이블 흐름도 있고 제 프로듀서 흐름에 있어서도 최근의 관심도가 그 전과 다르지 않나. 여기에 '지드래곤 피처링'까지 합쳐져서 관심도를 최고로 체감하고 있다"며 "음원이 나왔을 때 더 좋아해주고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부담도 크다. 개인적으론 제게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음악 들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소망했다.
이어 "요즘 해외 작곡가들에게 연락이 많이 온다. 해외 아티스트들과도 작업해보고 싶다"며 "'케데헌'도 그렇고 예전에는 해외 음악을 선망하기만 했는데 이제는 같은 레벨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된 거다. 어렸을 때 스포츠 스타들을 보듯 선망하던 아티스트와 프로듀서들이 이제는 한국과 회사를 찾아온다. K팝이 니치(niche·틈새 장르)한 음악이 아니라 글로벌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걸 몸으로 체감한다"고 말했다.

오케이션부터 자이언티, 빅뱅과 블랙핑크, 선미, 미야오, 이즈나 등 작업한 아티스트들만큼이나 음악을 시작한 계기도 흥미롭다. 뉴욕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던 그는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전과까지 결정했으나, 졸업과 동시에 충격적인(?) 사실을 접했다고.
빈스는 "학생 때부터 프로그램으로 음악을 만들었고, 대학 때도 시간만 나면 음악을 했다. 대학에 음악 관련 전공이 있었는데 최고 수준이라고 하더라. 3학년에 전과했는데, 졸업식 날 받은 팸플릿을 보니 우리 과 연봉 순위가 거의 꼴찌더라"고 웃은 그는 "로스쿨을 준비했고 한국에서 시험까지 봤다. 그런데 24라는 프로듀서를 만나서 너무 재밌게 음악을 했다. 음원을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렸고 반응이 좋아서 음원 사이트에도 공개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테디 형이 딱 더블랙레이블을 창립하던 시기에 제 음원을 들으셨더라. 음원이 나온 그 날 절 부르셨다. 그때 부모님께도 '테디 형과 음악을 하겠다'고 말했다. 제가 인디 아티스트로 음원을 올릴 땐 걱정을 많이 하시다가, 테디라는 유명인에게 연락이 와서 같이 할 때부턴 절 믿어주시더라. 돈 벌기까진 오래 걸렸지만 많은 걸 배웠고, 이렇게 활동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프로듀서와 아티스트라는 두 역할을 동시에 이어가고 있다. "프로듀서로서는 아티스트의 개성을 살리는 데 주력한다. 제 자아를 요구하지 않는다. 반면 아티스트 빈스로서는 제 색깔을 더 드러내려는 욕심이 있다. 하지만 결국 좋은 곡을 만들자는 목표는 결국 같다"고 설명한 그는 "'차차차'는 다른 프로듀서님의 스케치를 제가 완성한 곡이라, 어떻게 보면 저도 프로듀싱을 받은 셈이다. 음악을 10년 차 가까이 해보니까 내가 생각했을 때 맞는 걸 고집하기보단 피드백을 주고받는 게 중요하고 그래야 사랑도 많이 받겠구나 생각하게 됐다"고 짚었다.
빈스는 "모든 아티스트가 스튜디오에 작업하는 순간이 다 다르다는 점에서 음악 프로듀서로서 재미를 느낀다. 각자 개성과 과정이 다르지 않나"라며 "그걸 가이드 할 때도 많지만 맞춰가면서 재미도, 배움도 많이 얻는다. 인생 얘기를 하고 어떤 음악을 듣는지 충분히 소통하고 알아가면서 작업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롤모델로는 태양과 퍼렐 윌리엄스를 꼽았다. 그는 "태양 형은 더블랙레이블에서 처음으로 작업에 참여한 아티스트"라며 "R&B 장르에 대한 관심도, 보컬적으로 지향하는 것도, 즐겨 듣는 음악도 결이 같다. 녹음할 때 태양 형이 주는 짜릿함이 있다. 아직도 그 첫 짜릿함을 잊을 수 없다. 퍼렐은 히트곡도 많지만 아티스트적으로도 멋있지 않나. 그렇게 뭐든 만들고 브랜딩이 돼서 제 이름으로 뭔갈 냈으면 하는 욕구가 있다"고 바랐다.
인터뷰 내내 이어진 순수한 웃음과는 다소 상반되는, 굳건한 목표도 내세웠다.
"음원 1등 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에요. 어떻게 커리어를 더 멋있게 이어갈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빈스'라는 이름이 크레딧에 있든, 멜론 페이지에 있든 '이 음악은 믿고 들을 수 있겠다'는 신용을 주고 싶어요. 꾸준히 음악을 낼 수 있는 커리어에 감사하고, 앞으로도 프로듀서와 아티스트로서 지금 흐름에 맞게 좋은 작업물을 계속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한편, 빈스의 새 디지털 싱글 '차차차'는 이날 오후 6시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 발매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