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뢰인들은 종종 드라마 속 변호사의 모습을 기대하며 사무실을 방문하곤 한다. 서초동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들만 봐도, 배우의 외모와 사건 해결 능력이 겹쳐 ‘멋지다’라는 인상을 주기 마련이다.
실제 현장에서도 변호사들이 풍기는 이미지는 중요하다. 여성 재소자들이 많은 구치소에서는 노골적인 요청이 많다. 다른 변호사들보다 더 멋있게 하고 오라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었다. 재소자들 사이에서는 접견 이후 담당 변호사들의 향수, 넥타이 등이 나름대로 화제라고 한다.
심지어 한 여성 재소자는 변호사에게 ‘립스틱 좀 예쁜 색으로 바르고 오라’는 면박을 주기도 했다. 웃어넘길 수 있는 농담 같지만, ‘자신을 잘 변호해 줄 것 같은 인물에 대한 기대감’의 표출이다. 변호인의 외모가 의뢰인의 신뢰 형성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변호사뿐 아니라 피고인들의 외모에 시선이 집중되기도 한다. 2003년 경찰의 지명수배 전단에 실린 20대 여성이 ‘강도 얼짱’으로 유명해지면서 무죄를 주장하는 팬클럽까지 개설된 사례가 있었다.
2004년 일본에서는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인 츠지 나츠미가 동급생을 흉기로 살해(일명 ‘네바다땅 사건’)했으나, 잔인한 범행 수법보다 그의 외모를 둘러싼 관심이 더 높았다.
수배 1년 만에 검거된 ‘강도 얼짱’은 도주했다는 불리한 양형 조건에도 불구하고 징역 2년5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고, 츠지 나츠미는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소년원에 수감됐다.
피고인의 외모가 매력적일수록 판사들은 형을 가볍게 선고한다는 연구, 매력적인 피고인이 그렇지 않은 피고인보다 더 신뢰받고 덜 처벌받는다는 연구도 있다. 외모에 따른 심리적 후광 효과가 실제 사법 판단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셈이다.
TV나 영화관에서 볼 법한 연예인들이 검찰, 경찰, 법원에 출석할 때 사람들의 관심이 범죄 혐의의 위중함과 처벌 당위성보다 가방·구두 등에 쏠리는 이유도 비슷하다.
우리 사회에서는 외모가 신뢰로, 단정함이 성실함으로 해석되곤 하지만, 외모가 증거가 되어서는 안 되고, 인상이 판결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재판은 사실과 증거, 법리에 따라 공정하게 판단되어야 한다.
이보라 변호사는 “피고인의 용모가 심증 형성에 개입하는 순간, 정의는 침묵한다”며 “외모가 좋으면 유리하고, 그렇지 않으면 불리하다는 인식은 법의 평등성과 형평성을 훼손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