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다음 과제는…“현지화·금융·품목 다변화”[복잡해진 질서, K방산 생존법 下]

입력 2025-08-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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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무장 중이다. 유럽연합(EU)을 필두로 무기 자급자족에 눈을 돌리는 ‘방산 내셔널리즘’이 번지고 있다. 가성비와 납기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이제 막 걸음을 떼기 시작한 K-방산은 자칫 성장세를 꺾일 수 있는 위험에 직면했다. K-방산이 직면한 외부 견제 현실을 진단하고, 이를 넘어설 ‘다음 수출 전략’을 모색하고자 한다.

국내 방위산업이 최근 몇 년간 연이은 대형 수주를 성사시키며 세계 무대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다만 글로벌 방산 시장의 견제와 경쟁이 심화하면서 향후 5~10년 동안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방산시장은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공급망 재편, 기술 표준 변화 등으로 판도가 빠르게 변하고 있어, ‘수주 늘리기’ 정도의 단기 성과 위주 전략으로는 중장기적인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K-방산의 향후 과제로 △현지화 전략 강화 △수출 금융 확대 △기술 다변화 및 첨단화 △정부와 민간 협력체계 구축 등을 꼽았다. 특히 해외 고객 국가 맞춤형 생산·지원 체계, 장기 금융 제공 능력, 신기술 기반 제품군 확보는 K-방산이 지속적으로 신뢰를 얻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라는 분석이 많았다.

13일 장원준 전북대학교 방위산업융합과정 교수는 “K-방산의 강점인 신속 납기와 가성비에 ‘맞춤형 현지화’가 더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별로 군사 운용 환경과 예산 상황, 조달 절차 등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한국 무기라 해서 동일한 방식으로 판매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산업연구원이 올해 초 발간한 ‘글로벌 방산 생태계 최근 동향과 K-방산 혁신생태계 조성 방안’ 보고서는 “동유럽 권역은 신속한 납품과 수출금융, 현지 생산 등의 적극적인 지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며 “중동·서아시아 권역은 기술 이전과 공동개발 등 자국 방산 육성 정책에 부합하는 계약을 희망하고, 중남미·아프리카 권역은 높은 가성비와 함께 수출절충교역(산업협력), 수출금융 등의 지원을 중시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장 교수는 “국가별로 요구 조건이 달라서 이를 얼마나 잘 충족하느냐가 K-방산 수출의 성패를 좌우한다”며 “최근 폴란드가 높은 금리를 이유로 한국이 제시한 금융지원 조건을 거부한 것만 봐도 이런 조건들을 우리가 얼마나 유연하게 반영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장 교수는 국가별 성능 개량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K-방산 지속가능성의 핵심 변수로 꼽았다. 그는 “앞으로 구매국들의 인공지능(AI)과 드론 연계 등 성능 개량 요구가 많아질 것으로 본다”며 “이런 기술적 요구도 신속하게 반영할 수 있는 능력이 방산 수출 성장세를 좌지우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첨단화를 강화하며 시장 다변화를 이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방위산업은 이미 국가 전략산업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며 “AI·무인화 등 신기술을 접목해 첨단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수출시장도 동유럽 중심에서 중동·아시아로 확대하고, 현지국과 공동 개발·기술 이전을 통해 생산 기반을 만들면 수출이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도 “전차나 자주포 등 전통적인 수출 주력 항목에만 집중하면 위험해 수출 품목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며 “최첨단 기반의 미래형 무인체계나 전력에 대한 연구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방산 기술의 국산화율을 높여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도 장기 경쟁력 유지에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금융지원 확대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됐다. 방산 수출은 개인 간 거래가 아닌 국가 간 계약으로 국가 신용도나 수출금융 조건 등이 중요한데, 금융 선진국에 비해 국내 금융 인프라가 열악하다고 봐서다. 김대영 군사평론가는 “K-방산은 무기 성능과 가격 경쟁력 모두 뛰어나지만, 금융 인프라가 취약하다”며 “수출입은행 대출 규모를 늘리고 장기 저리 금융 프로그램 등의 금융 지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 평론가는 “방산 수출은 민간 거래가 아니라 국가 간 신용도와 이자율을 따지기 때문에 금융 체계의 뒷받침이 필수”라며 “방산업을 오랫동안 운영해 온 독일이나 프랑스 등 유럽 경쟁국들은 세계적인 금융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민간 금융권에서도 대규모 대출이 가능하고, 정부 차관 프로그램도 잘 발달해 있다”고 했다. 실제 유럽 일부 국가들은 대규모 방산 수출 시 유럽 투자은행(EIB) 등 다국적 금융기관의 보증을 활용해 장기 상환 조건을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평론가는 “대규모 대출이 가능해지면 K-방산도 규모가 수천억 원 규모에 이르는 군함 등의 수출 물량이 크게 늘어나 곱절의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전문가들은 K-방산에 정부와 민간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시너지를 내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민간 기업만의 힘으로는 K-방산의 수출 안정세를 만들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K-방산에 대한 견제와 시기 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며 “현 정부 출범 이후 2달여 정도 지난 상황이니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 교수는 “범부처 협의 체계를 마련해 정부와 기업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며 “정부의 방산 수출 컨트롤타워 설치 등 정부가 협동하는 식의 청사진을 구체화할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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