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폐쇄형 인프라 펀드' 평가손익은 당기손익서 제외
"회계 손질로 대규모 SOC 프로젝트 투자 활성화 기대"

앞으로 금융사들이 '만기없는 환매금지형 인프라펀드(영구폐쇄형 인프라펀드)' 투자로 손실을 입어도 당기손익에 반영하지 않아도 된다. 사회간접자본(SOC) 장기 투자에 대한 금융사들의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말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서겠다고 밝힌 후 처음 나온 개선된 회계 기준이다.
금융위원회는 12일 금융감독원, 회계기준원과 은행ㆍ보험ㆍ자산운용사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한 '회계분야 간담회'를 열어 이러한 내용의 회계 처리기준을 공유했다.
그동안 은행ㆍ보험ㆍ운용사 등 투자자들은 장기인프라 투자 활성화를 위해 영구폐쇄형 인프라펀드에 대한 회계처리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기해 왔다. 이에 회계기준원은 금감원과 논의를 거쳐 영구폐쇄형 인프라펀드는 발행회사가 투자자에게 원금을 상환해야할 의무가 없는 만큼 '지분상품'으로 분류했다. 중도환매가 가능해 '채무상품'으로 규정되는 일반적인 펀드와 다르게 본 것이다.
새 회계 기준에 따라 금융사들은 투자 시점에 평가손익을 손익계산서(FVPL)가 아닌 재무상태표의 기타포괄손익누계액(FVOCI)으로 반영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위험성 있는 장기 투자에도 회계상 당기순이익의 변동성이 줄어 주주환원의 대표적인 배당 정책에도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장기 인프라 투자는 금리나 경기 변동에 민감하다"며 "이번 조치로 재무제표 손익 변동성이 줄어들어 해상·풍력 발전, 데이터센터 같은 대규모 SOC 프로젝트 투자에 나서기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요구도 이어졌다. 벤처캐피탈협회와 사모펀드(PE), 신기술금융사, 벤처투자회사 등은 2020년 도입된 '비상장주식 공정가치 평가 가이드라인'의 완화를 건의했다. 기술기반 벤처기업은 사업화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기업가치 변동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아 이런 경우 원가 측정을 더 폭넓게 허용해 달라는 주장이다.
조건부지분인수계약(SAFE)의 회계처리 완화도 요청됐다. SAFE는 만기와 이자가 없고 향후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어 자본 성격이 있지만 현행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에서는 부채로 분류된다. 이로 인해 투자받은 기업의 부채가 증가하고, 매년 기업가치를 재평가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협회 측은 SAFE를 자본으로 처리하는 방안과 공정가치 평가 부담 완화를 함께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회계처리의 불확실성이 있는 부분들을 관계기관과 함께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회계 투명성이 저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회계처리가 이뤄지도록 가이드라인을 보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