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 지역은 환영…수도권 기업 경쟁력 우려
인천 등 자급률 높은 수도권은 "우리도 혜택을"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 간 송전비용 차이를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전기요금 지역차등제'를 놓고 정치권이 격돌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핵심 공약인 이 제도는 지역균형발전의 상징으로 떠올랐지만, 수도권 주민들의 반발과 함께 지역 간 형평성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지역차등제는 발전소가 위치한 지역에는 낮은 요금을, 전력 소비가 집중된 지역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요금을 적용하는 제도다. 서울의 전력자급률이 8.9%에 불과한 반면 부산(216.7%), 충남(214.5%), 경북(201.4%) 등은 200%를 넘는 불균형 구조를 해소하려는 취지다. 전국적으로 동일한 전기요금 체계로 인해 발전소 주변 지역 주민들은 환경오염과 안전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불만이 제기되어 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적극적인 추진 의사를 드러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원이 의원은 지난달 17일 국회 산자위 김정관 장관 인사청문회를 통해 "차등요금제는 대통령의 공약 사항으로, 분산에너지법에 따라 재생에너지 생산지역의 전기요금 부담을 낮춰 지역균형발전의 토대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올 5월 16일 전북 군산시 이성당 앞 구시청광장에서 "서울과 영광의 전기요금이 같다. 전력 자립률 높은 지방은 싸게, 소비지는 송전비를 붙여서 더 비싸게 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면 기업은 더 싼 곳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비싸다 느끼겠지만, 전기요금을 앞으로 올려야 한다. 올릴 때 지방은 덜 올리든지 유지하든지 해서 (수도권과 지방의) 에너지 요금과 규제의 차이를 만들고 세금 차이를 만들면 지방에 희망이 생길 것"이라며 전기요금 인상의 불가피성과 함께 차등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반면 국민의힘은 복합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수영 의원은 2022년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하여 제도적 토대를 마련했지만,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가 이를 자신의 공약으로 내세우자 올 5월 18일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표절 공약 살포를 즉각 중단해 주시길 바란다"며 "표절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김문수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면서도 "산업용 전기요금을 낮추거나 반값 전기요금을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지역사회 반응은 극명하게 갈린다. 발전소가 위치한 지역은 제도 도입에 긍정적인 분위기다. 부산, 인천, 강원, 충남, 전남 등 5개 광역 지방자치단체는 올 4월 2일 공동으로 전력자급률을 고려한 차등요금제 도입을 촉구하는 건의안을 정부에 전달했다. 이들은 ‘지방민 생존권 보호’라는 명분 아래 환경오염과 안전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전기요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불합리성을 지적하고 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2023년 5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모두가 위험하다고 기피하는 원자력발전소가 울산에 여러 개 있는데도 전기요금 혜택이 전혀 없다"며 제도 도입의 당위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수도권의 경우 기업들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해 9월 발표한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 업종별 파급효과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차등 요금제가 도입될 경우 수도권 제조업의 연간 전력비용 부담이 최소 8000억 원, 최대 1조4000억 원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2023년 기준 전력자급률이 186%에 달하는 인천시의 반발이 거세다. 인천은 정부가 추진하는 '수도권-비수도권-제주' 3개 권역 구분에 따라 수도권으로 분류돼 차등요금제의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인천시는 올 3월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요금제 공동대응 토론회'를 개최하고, 4월에는 다른 광역지자체와 함께 전력자급률을 고려한 차등요금제 도입 건의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인천 동구·미추홀구 지역 허종식 민주당 의원은 관련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면서 "전기판매사업자가 전기요금을 정하는 경우 전력자급률을 고려하여 전기요금을 설계하도록 함으로써 전력자급률이 높은 수도권 지역의 지방자치단체가 역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농어촌 지역의 반응은 위치에 따라 복합적인 상황이다. 발전소가 위치한 농어촌은 차등요금제를 환영하지만, 인구밀도가 낮은 일반 농어촌 지역은 배전비용이 높아 오히려 전기요금이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아울러 전기요금의 보편성 원칙을 훼손한다는 근본적인 비판도 제기된다. '지역별 차별 논리라면 서울의 대형 병원 치료비도 진료자 주소지에 따라 달리 받아야 한다’며 전국적으로 동일한 의료수가제처럼 전기요금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