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미, 혼란과 확신의 경계에서 [인터뷰]

입력 2025-08-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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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더블랙레이블)
▲(사진제공=더블랙레이블)

"원래 이런 거예요? 스물넷이 이렇게 혼란스러운 거예요?"

오늘(11일) 발매되는 가수 전소미의 두 번째 EP '카오틱 & 컨퓨즈드(Chaotic & Confused)'는 이 질문에서 비롯됐다. 2016년 Mnet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에서 최종 1위를 거머쥐며 프로젝트 그룹 '아이오아이'로 데뷔, 2019년 솔로 가수로 정식 데뷔한 그는 어느덧 '10년 차' 아티스트다.

싱글 '아이스크림(Ice Cream)' 이후 약 1년, 첫 번째 EP '게임 플랜(GAME PLAN) 기준으론 2년 만에 발매하는 '신보 '카오틱 & 컨퓨즈드'는 보다 솔직하고 다양한 이야기들과 함께 음악적 도전과 변화를 집약한, 아티스트로서의 성장을 선언하는 이정표와 같다. 개인적으로 경험한 혼란과 끝내 얻어낸 확신이 담겼다.

신보 발매에 앞서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 카페에서 만난 전소미는 "오랫동안 준비하고 노력해 찍어낸 뮤직비디오와 앨범인 만큼 속이 시원하고 상쾌하다"고 컴백 소감을 전했다.

▲(사진제공=더블랙레이블)
▲(사진제공=더블랙레이블)

"가사 있는 음악을 안 듣던 시기가 있었어요"

이번 신보에는 스터터 하우스(Stutter House)라는 새로운 장르적 시도를 꾀한 타이틀곡 '클로저(CLOSER)'를 비롯해 포스트 펑크(Post Punk) 스타일을 감각적으로 풀어낸 '에스커페이드(Escapade)', 뉴디스코, 알앤비(R&B) 사운드의 선공개 싱글 '엑스트라(EXTRA)', 곡 제목처럼 변화무쌍한 전개를 들려주는 하이브리드 팝 트랙 '카오틱 & 컨퓨즈드(Chaotic & Confused)', 감성적인 멜로디의 알앤비 트랙 '델루(DELU)' 등 다채로운 장르의 곡들이 수록됐다.

전소미 특유의 밝고 당당한 에너지를 떠올린다면 타이틀곡 '클로저'는 다소 낯설게 다가올 수도 있다. 전소미는 "대중분들이 저의 댄스곡을 원하시고 또 좋아해주신다. 다만 이번엔 장르적으로 한 단계 깊이 내려갔다. '클로저'는 하우스 전통 장르다. (첫 번째 EP 타이틀곡) '패스트 포워드(Fast Forward)'보다는 장르를 더 깊고 마이너하게, 전통을 지킨 스타일이랄까. 과감한 도전이지만 자신감 있게 나아가도록 도와준 곡"이라고 소개했다.

하우스 장르의 곡을 타이틀로 정한 데 대해선 "앨범 준비 전 혼란스럽던 시기, 가사가 있는 음악을 하나도 안 들었다. 테크노, 하우스 같은 기계 음악만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사 중 ‘call me a beautiful girl(아름다운 여자로 불러달라)'라는 구절이 있는데, 1차원적 의미가 아니다. 뮤직비디오에서 나르시즘을 중심으로 제작했다. 나르시즘이 자기를 너무 사랑해 증오심까지 생기는 현상이더라. 아름다움의 정의가 뭔지 고민했고, 저를 갖고 싶어하면서도 동시에 무서워하는 양면적인 감정을 녹여냈다. 가사와 상반되는, 곰팡이가 피어나는 장면 등 중의적인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션 킹스턴(Sean Kingston)의 '뷰티풀 걸스(Beautiful Girls)' 샘플링과 관련해선 "노래가 너무 좋았다. 일단 '뷰티풀 걸스'는 너무 유명하지 않나. 이 오리지널리티를 살리면서도 내 걸로 만드는 작업에 있어서 많이 노력했다"며 "원곡의 매력을 해치지 않고 존중하고 싶은데 동시에 내 작업물로 만드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꼈다. 샘플링이지만 다른 곡이 탄생한 거 같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앨범은 당초 수록곡으로 생각한 자작곡 '델루(DELU)'를 제외하면 모든 곡이 타이틀 후보였다. 장르가 모두 달라 하나의 앨범으로 묶기 어려울 정도였다. 계속해서 새로운 좋은 곡이 오는 건 이례적이다. 그렇게 계획이 바뀌는 게 앨범 작업의 재미"라며 "타이틀 감의 곡들이 계속 추가된 앨범이기에 성격이 강렬하고 제일 '쿵' 떨어지는, 무게감 있는 앨범일 듯하다"고 전해 기대를 높였다.

▲(사진제공=더블랙레이블)
▲(사진제공=더블랙레이블)

24살, 혼란의 시기

앨범명에서도 체감되듯 '혼란'은 이번 앨범에서 중요한 키워드다.

전소미는 "올해로 제가 10년 차인데 24살밖에 안 됐다. 활동해온 10년이 있지만 소녀로, 사람으로서 24살이기에 그 간극에서 느껴지는 혼돈이 있었다"며 "이제는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고 밝혔다.

아이유의 '스물셋'이 언급되자 그는 "소녀도 아니고, 완전히 성숙한 여인도 아닌 중간이라 그런 게 있는 것 같다"고 공감하며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한 탓일까. 정돈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동시에 정돈이 안 돼 '막 해버리고 싶은' 욕구도 있다. 너무 많은 걸 알고 있는데 정작 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잘 모르는 시간을 보냈다"고 털어놨다.

고민 해소 방식은 남달랐다. 전소미는 "전 아무에게도 조언을 구하지 않고 그 생각에 푹 빠진다. 조언을 구해도 제 상황을 곧이곧대로 이해해줄 분들도 없고, 상대의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도 않다. 생각이 조금 정리되면 절 예전부터 봐오신 프로듀서 오빠들에게 찾아간다. 에너지 소비가 많이 되는 걸 아니까 그런 기회를 아껴서 써야 한다"고 웃었다.

특히 그는 "MBTI가 ENFP에서 ENTJ가 됐더라. (전소미의 뷰티 브랜드) '글맆'과 가수, 서로의 일에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다. 제가 더 힘들더라도 일을 분리해서 하고 싶다 보니까 'TJ'가 될 수밖에 없던 환경이 아니었을까"라며 "그래서 그런 배려가 생기는 것 같다. 혼자 답을 찾아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앨범은 이런 혼란의 해소 과정과도 같은 셈이다. 전소미는 "혼란스럽고 혼돈도 많은 시기였지만 인간 소미로서, 20대 중반이 돼가면서 배운 것도 있다"며 "예를 들자면 어떻게 해야 '악마의 편집'을 안 당할지 안다는 거다. 그래서 제가 오디션 프로그램을 못 본다. 편집점을 보면서 우승자를 알겠더라. 그런 악마의 편집을 당하는 사람들은 스타성, 끼와 후킹한 포인트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순리를 조금 알게 되는 것 같다. 제가 알고 있는 그런 틀에서 깨어나는 게 어려웠다. 장사하는 법을 아는데 또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 거다. 납득하고 틀을 깨는 데 시간이 걸린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동안은 막연하게 '이번 컴백 잘해야지' 생각했는데, 이번엔 '오래 활동하면서 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감정에 계속해서 빠져 있다 보니 뮤직비디오도 어떻게 풀어낼지 자연스럽게 아이디어가 생기더라. 많은 생각 사이에 있다 보니 그냥 '혼란'으로 앨범명을 정해 보자고 했다. 오히려 혼란 속에서 자유를 얻은 듯하다"고 부연했다.

▲(사진제공=더블랙레이블)
▲(사진제공=더블랙레이블)

"마지막이라는 각오, 오래 무대에 서기 위해"

전소미는 지난날의 자신을 돌아보며 "과거의 소미를 떠올려 보면 그저 착한 인간이었지, 생각이 없었다"고 단언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일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중학생일 뿐이었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없었다. '문제만 안 일으키면 돼, 예의만 잘 차리자'는 생각뿐이었다"며 "반면 지금은 살면서 느낀 것들을 토대로 '이런 식으로 보여지면 좋겠다', 또 '이런 질문에는 이렇게 답하면 진정성이 느껴지겠다'고 생각한다. 과거와 비교해 크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고등학생이 대학생이 되듯 자연스레 성장했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그는 "8살 차이인 동생에게 많이 뭐라고 한다. 저는 저 나이에 일을 시작했는데, 이 친구는 보고 있으면 '넌 꿈이 뭐니' 질문이 절로 나오더라"고 맏언니 면모를 보여줘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는 "동생은 그저 동갑내기 친구들과 똑같이 사는 건데도 (꿈에 대한) 아이디어 정도는 넣어주고 싶다"며 "그런데 연기를 하고 싶다더라. 제가 어렸을 때부터 위협감을 느낄 정도로 끼가 남달랐던 동생이라 당연히 가수가 되고 싶을 줄 알았는데 본인은 하기 싫다고 하더라. 어렸을 적 연습생 끝나고 자연스럽게 '식스틴' 녹화하다 보니 제가 너무 힘들어 보였던 것 같다. 그 정도로 정말 '빡세게' 살았다"고 덧붙였다.

향후 목표를 묻자 전소미는 "말하기가 너무 어렵다. 당연한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 빌보드? 가면 좋겠죠. 하지만 이 같은 성적을 목표로 말하고 싶지 않다"며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무대 하고 싶다고만 생각했지, 디테일하게 생각하진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구체적인 확신이 생겼다"고 전했다.

이어 "'덤덤(DUMB DUMB)' 때는 솔로로서의 입지를 다졌다면, 이번 앨범으론 제가 뭘 보여주고 싶은지 그 폭을 확실히 입증해야 한다. 그 점이 대중에게 와닿았으면 정말 좋겠다"며 "그래야 제 일을 오래 할 수 있다고 느낀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다 내려놓고 '이거 안 되면 안 할 수도 있겠다' 생각하며 준비한 앨범"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매년 제 생일이 기록돼 있다. 사랑과 관심을 주셨기에 그런 기록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오히려 찍히지 않는 모습을 저는 모른다. 모르는 분야이기에 다른 삶이 부럽지도 않고 계속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고 싶다"며 "동시에 제가 할 이야기를 좀 더 과감하게 하고 싶다. 당당하면 무서울 게 없다는 걸 깨달은 지 얼마 안 됐다. 처음 준비한 게 오디션 프로그램이라 대중을 생각 안 할 수가 없는 환경이었다. 이제는 그렇게 준비했을 때 표현하려고 하는 게 끝이 있을 것 같더라. 10년 경험의 베이스가 있으니 지킬 건 지키면서 더 많은 걸 표현하고 싶다"고 바랐다.

특히 "어리게 사는 분들, 스스로 규제하지 않는 이들이 일을 질리지 않고 하고 싶은 걸 계속 진정성 있게 해가는 것 같다. 지치지 않으려면 스스로 낭만 있게, 재밌게 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선은 지켜야 한다. 주변의 말을 듣고 상황을 읽으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공존하면서 해나가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한편, 전소미의 두 번째 EP '카오틱 & 컨퓨즈드'는 11일 오후 6시 각종 음원 사이트를 통해 발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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