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이시바 총리와 일본 정계의 운명은?

입력 2025-08-05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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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 유지(세종대 대우교수, 정치학전공)

지난달 20일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자민당과 공명당의 연립여당이 과반수를 지키지 못해 참패했다. 결과적으로 참의원 총 248석 중 자민당과 공명당으로 122석이 되었지만 야당은 126석을 확보해 여소야대 정국이 됐다.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에서도 과반수에 도달하지 않았던 연립여당은 중의원과 참의원 모두 과반수 미달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이는 1955년 자민당 창당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런 연속 참패로 자민당 내에서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 퇴진 목소리가 강해졌다. 그러나 이시바 총리 자신은 퇴진을 부인했다. 그는 현재 일본을 위해 힘써야 하는 것이 많아 무책임하게 사임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요미우리신문이 지난달 26~2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이시바 총리가 사임해야 한다’는 의견이 43%, ‘사임할 필요는 없다’가 47%로 나타나 일본 국민 중에는 참의원 선거 패배 책임을 이시바 총리에게만 돌리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이 더 많다.

최근 ‘이시바, 그만두지 말아라’라는 피켓을 든 사람들이 모여 연일 도쿄 중심지나 총리 관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 시위 참가자 중에는 자민당 지지자보다 진보계 야당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해진다. 이들은 이시바 총리가 사임하면 그 후 극우 인사가 총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진보계 야당 지지자들이 보수의 중심인 자민당에서 나온 총리의 사임을 반대하는 시위도 일본 정치 역사상 유례가 없다. 그들은 이시바가 최근 자민당 총리 중에서는 가장 생각이 올바른 인물이라고 평가하면서 그가 사임하면 일본의 장래가 어두워진다는 인식으로 이시바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일본 야당 정치인들도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이런 시위의 영향도 있어서 바닥까지 떨어진 이시바 내각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 3일 발표된 JNN 여론조사에서 이시바 총리 지지율은 지난달보다 4%포인트(p) 상승한 36.4%를 기록했다.

이시바 총리 자신도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이 사임하면 일본 정치가 더 나빠진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연이은 선거 패배에도 이시바 총리가 사임하지 않는 이유는 진보계 야당들과 이시바 총리의 견해에 나타나듯이 일본의 극우화를 막아야 한다는 신념에 있다고 판단된다.

이시바 총리의 후견인 역할을 해 온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가 방한해 지난달 30일 이재명 대통령과 면담했다. 둘은 한일관계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보인다. 그 시기는 한미 정상회담 뒤가 될 전망이다.

이시바 총리는 종전 80주년에 맞춰서 담화를 발표할 생각이다. 담화에 대해서는 자민당 내 강경파가 반대하고 있어 이시바 총리는 각의결정이 필요없는 코멘트 수준에서 80주년 ‘담화’를 낼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잘 버티고 있는 이시바 총리가 자민당 내 극우세력에 밀려서 사임하게 되면 어떤 과정이 기다리고 있을까? 먼저 자민당 총재선거가 치러진다. 새로운 총재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들은 ‘여성 아베 신조’로 불리는 극우 여성의원 다카이치 사나에, 현 농림수산성 장관인 고이즈미 신지로, 모테기 도시미츠 자민당 간사장 정도다.

이들 중 다카이치는 너무 극우여서 총리가 되는 것을 경계하는 자민당 의원들도 상당수 있다. 그가 총리가 되면 한일, 중·일 관계는 상당히 어려워질 전망이다. 다카이치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1993년의 고노 담화를 무효화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이에 지난해 9월에는 당시 조 바이든 미국 정부도 다카이치가 총리가 되는 것을 노골적으로 반대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현 정부는 이런 부분에 무관심하다.

고이즈미가 총리가 되면 부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처럼 세계화를 강력히 추진해서 일본 경제를 미국에 종속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고이즈미는 다카이치와 똑같이 매년 A급 전범들이 신으로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고 있다. 이런 부분도 한국이나 중국이 문제시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

현재는 여소야대이므로 자민당 의원이 총재가 돼도 그대로 총리가 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예를 들어 다카이치가 자민당 총재가 된 경우 그를 싫어하는 공명당이 연립에서 이탈해 야당 진영에 들어간다면 정권이 교체될 수도 있다. 그 경우는 국민민주당의 다마키 유이치로가 캐스팅보트를 쥐고 총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다카이치와 다마키, 가미야 소헤이 참정당 대표 등 3명은 감세를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재무성의 정책에 반대하는 정치인들이고 감세를 통해 46.3%에 달하는 국민부담률을 낮추자고 공약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감세 공약에 많은 일본인이 공감하고 있다. 국민부담률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세금과 사회보장기여금(연금, 건강보험 등)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그러므로 이들 세 명이 협력해 정계를 개편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일본에서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시바 총리나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 대표, 사이토 데쓰오 공명당 대표 등 일본의 기존 주요 정당 대표들은 국민의 세금이나 공공요금 등의 부담률을 줄인다기보다 재무성의 말대로 계속 부담률을 늘리는 정치가들이어서 결국 국민의 생활이 어려워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므로 국민부담률을 줄여주겠다고 말하지 않는 정치가는 ‘국민의 적’이라고 감정적으로 느끼는 유권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일본의 현실이다. 참의원 선거에서 참정당이 돌풍을 일으킨 이유도 국민부담률을 35%까지 줄이겠다고 공약했고 재무성이야말로 ‘국민의 적’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서 재무성 해체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과연 이시바 총리가 사임할지, 재무성 해체파인 정치가들의 연합이 만들어질지 등 당분간 일본 정계는 시끄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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