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감소 등 맞물리면 연체율 직격탄

가계대출 규제의 전세대출 확대 가능성에 따른 월세 선호 현상이 은행권의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월세 대출은 상대적으로 신용대출이 많은 만큼 금리 변동성과 유동성 리스크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의 지난달 기준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123조355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 잔액은 103조9687억 원으로 1.3% 늘었고 주택담보대출은 603조9702억 원으로 7.9% 불어났다.
아직 신용대출의 뚜렷한 증가세는 없지만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할 경우 양상이 뒤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신규 임대차 계약 5555건 가운데 월세가 2345건으로 42.2%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41.5%)보다 0.7%포인트(p) 증가한 수치다.
월세 전환 현상은 가계대출 규제 강화의 직접적인 결과로 해석된다. '6·27 대출 규제' 이후 전세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세입자가 늘었고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나 ‘전세퇴거자금 대출’ 제한 등의 영향으로 임대인들도 전세보다 월세 계약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지난달 21일부터 수도권 주택에 대한 전세대출 보증 비율이 기존 90%에서 80%로 축소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간 전세대출을 받은 세입자가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면 한국주택금융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SGI서울보증 등 보증기관이 최대 90%까지 대신 갚아줬다. 그러나 이번에 보증 한도가 줄어들면서 대출 가능 금액도 감소하게 됐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전세자금대출과 버팀목·디딤돌·신생아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모기지에 대해서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세대출 시장을 얼어붙게 했다.
주택시장의 월세 전환이 빨라지면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생활비나 월세 보증금 마련을 위해 신용대출에 의존하는 사례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은행의 신용대출 비중이 높아지면 자산 구조가 단기화되면서 건전성 관리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신용대출은 보통 대출 기간이 짧고 차주는 변동금리를 주로 선택한다. 경기 침체, 월세 부담 증가, 가계소득 감소가 맞물릴 경우 연체율이 급등할 수 있다. 만기 도래 주기가 짧아 은행 입장에서도 상시 유동성 확보 부담이 커진다. 결국 건전성 지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우리나라 월세는 대부분 보증금 일부에 월세를 더하는 '보증부월세' 형태인데 전세보다 보증금 규모가 작다 보니 세입자 입장에서는 신용대출로 충당하는 경우가 늘 수 있다”며 “보증서 담보 전세대출보다 신용대출 비중이 커지는 것은 건전성 측면에서는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