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노동·디지털…‘명분’으로 위장한 ‘신보호주의’ 역습 [新장벽의 시대-관세 타결 이후]

입력 2025-08-04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본 기사는 (2025-08-03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시장 접근 막는 스텔스형 장애물…“자유무역 저해”
EU, CBAM으로 개도국에 사실상 ‘탄소관세’
멕시코, 공정무역 美 LVC에 車부품산업 위기
한국 철강·자동차업계, 비용 부담 확대 위험

▲한국은 미국과 무역협상을 타결했지만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미국의 노동가치비율(LVC) 규정 등 비관세 장벽을 넘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사진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은 미국과 무역협상을 타결했지만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미국의 노동가치비율(LVC) 규정 등 비관세 장벽을 넘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사진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한미 관세협상 타결로 고율 관세에 대한 즉각적인 부담은 다소 완화됐지만 글로벌 무역의 문턱은 여전히 높아지고 있다. 단순한 세율 대신, 규범과 기준이라는 외피를 두른 ‘비관세 장벽’이 새로운 보호무역 수단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포브스는 최근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무역 제한 조치인 비관세 장벽이 다양한 이유로 정당화되고 있다”며 “특히 주요 무역국들이 시행하는 비관세 장벽은 시장 접근을 막는 ‘스텔스형 장애물’로 작용한다”고 전했다. 기후, 노동, 디지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시대적 가치를 앞세운 이들 장벽은 관세보다 더 은밀하고 경우에 따라 훨씬 치명적인 경향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기후 정의를 명분으로 내세운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인 CBAM은 EU로 수입되는 역외 생산품에 포함된 탄소배출량에 따라 추가적인 탄소 가격을 부과·징수하는 제도로 기업들이 인증서를 구매하는 형태다. CBAM 대상 품목은 철강과 알루미늄, 시멘트와 비료, 전력, 수소 등 6개 품목인데 한국은 이들 품목에서 철강이 90% 이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한국 철강업계가 부담해야 할 CBAM 인증서 비용 부담이 내년부터 9년간 총 2조644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산업연구원(KIET)은 CBAM 시행 초기인 내년 한국의 대EU 철강 수출이 2022년 대비 약 2.9% 줄어들고 2030년에는 감소 폭이 10.4%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정책은 고탄소 배출 산업에서 경쟁력을 갖는 개발도상국 수출기업에 사실상 ‘탄소 관세’를 부과하게 된다. 선진국일수록 탄소 집약도가 낮은 생산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사실상 ‘기후클럽(개도국을 포함하지 않고 주로 저배출국 간 무역을 하는 선진국 그룹)’을 형성해 국가 간 불평등을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니타 나라인 인도 과학환경센터(CSE) 사무총장은 “CBAM은 선진국의 배출 책임을 외면한 채 개도국에 탈탄소화 부담을 떠넘기는 일방적인 조치”라고 비판했다.

미국의 ‘노동가치비율(LVC)’ 규정 역시 공정 무역을 주장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멕시코 등 저임금 생산기지에 대한 장벽으로 작용한다. 이 조항은 자동차업체들이 일정 비율(40~45%) 이상의 부품을 시간당 16달러(약 2만2000원)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는 공장에서 조달하도록 요구한다. 멕시코 부품 공장 대부분은 이 기준에 못 미쳐 멕시코산 부품 사용 비중이 높으면 LVC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된다.

한국 자동차업체들은 LVC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미국에서 엔진과 변속기 등 고가부품 생산을 확대해야 해 비용 부담이 한층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주 산토스 항구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산토스(브라질)/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주 산토스 항구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산토스(브라질)/로이터연합뉴스)

디지털 분야에서도 미국과 EU의 비관세 장벽은 높다. 일례로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등에서 국가안보를 이유로 투자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한국 기업들이 미국 내 데이터센터와 AI 기업, 핀테크와 반도체 부문 등에 투자하거나 인수합병(M&A)에 나설 경우 심사가 길어져 지연 비용이 늘어날 수 있고 아예 거래가 무산될 위험도 있다.

이안 매드슨 프런티어공공정책센터 분석가는 “관세가 모든 헤드라인을 장식하며 비난을 받고 있지만 자유무역을 진정으로 저해하는 것은 비관세 장벽”이라며 “숨겨진 장애물들은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소비자들의 제품 선택권을 줄이며 혁신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일부 장벽들이 공중보건이나 환경 보호와 같은 정당한 목적이 있다고 절차적 장애물로 인한 무역 비용을 증가시켜 소규모 수출업체나 개도국에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쯔양·닥터프렌즈·닥터딩요와 함께하는 국내 최초 계란 축제 '에그테크코리아 2025' 개최
  • 달러가 움직이면 닭이 화내는 이유?…계란값이 알려준 진실 [에그리씽]
  • 정국ㆍ윈터, 열애설 정황 급속 확산 중⋯소속사는 '침묵'
  • ‘위례선 트램’ 개통 예정에 분양 시장 ‘들썩’...신규 철도 수혜지 어디?
  • 이재명 대통령 직무 긍정평가 62%…취임 6개월 차 역대 세 번째[한국갤럽]
  • 겨울 연금송 올해도…첫눈·크리스마스니까·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해시태그]
  • 대통령실 "정부·ARM MOU 체결…반도체 설계 인력 1400명 양성" [종합]
  • ‘불수능’서 만점 받은 왕정건 군 “요령 없이 매일 공부했어요”
  • 오늘의 상승종목

  • 12.05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7,192,000
    • -1.11%
    • 이더리움
    • 4,702,000
    • -0.74%
    • 비트코인 캐시
    • 855,000
    • -2.4%
    • 리플
    • 3,102
    • -3.87%
    • 솔라나
    • 205,700
    • -3.38%
    • 에이다
    • 653
    • -2.25%
    • 트론
    • 428
    • +2.64%
    • 스텔라루멘
    • 375
    • -0.53%
    • 비트코인에스브이
    • 30,920
    • -1.34%
    • 체인링크
    • 21,290
    • -1.66%
    • 샌드박스
    • 220
    • -3.08%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