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타결된 한미 통상 협의는 그간 쟁점이던 농산물 등 비관세 장벽 이슈는 일단 모호한 영역으로 남겨두고 투자·구매와 관세 인하를 맞바꾸는 개괄적 수준에서 합의를 이뤘다.
따라서 미국 측이 조만간 열릴 예정인 한미 정상회담을 포함해 이번 합의 이행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이나 여타 다른 경로를 통해서 비관세 장벽 문제 해소를 요구해올 가능성이 여전히 큰 상황이다.
한미 양국이 공식 합의문을 발표하지는 않은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SNS)에 한미 협상 타결을 알리며 "한국은 미국에 완전히 무역을 열기로 동의했다. 그들은 자동차, 트럭, 농산물 등 미국산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지난달 31일 브리핑에서 "한국이 자동차와 쌀 같은 미국산 제품에 대한 역사적 개방을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쌀과 소고기 등을 지켜냈다고 강조한 한국 정부의 입장과는 간극이 크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수석부터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일관되게 쌀을 포함한 농산물 분야에서는 어떤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도 "한미 통상 협의에서 쌀과 소고기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미국 측의 주장이 자국 유권자들을 향한 '정치적 수사'에 가까운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만 봐도 일본과 합의 때는 구체적으로 일본의 쌀 수입 확대 수치를 언급했지만, 이번 한국 관련 언급에서는 막연하게 시장을 개방한다는 식의 표현만 썼다.
다만 이번 논란은 농업 시장 추가 개방을 포함한 핵심 비관세 이슈와 관련해 미국 측의 압력이 계속해서 가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양국 간 농산물 검역 등 비관세 장벽과 관련한 세부 협의가 더 진행될 수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과채류에 대한 한국의 검역 절차를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이 우리나라에 1993년 신청한 사과 검역은 현재 8단계 중 2단계인 '수입위험분석 절차 착수'에 머물러 있다. 또 미국 유전자변형작물(LMO) 감자는 농촌진흥청이 올해 3월 '적합' 판정을 내렸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안전성 검사 절차만 남은 상태라 수입이 허용될 가능성도 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이달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검역 절차와 관련해 '개선'이라는 표현은 소통을 강화한다는 것이고, 8단계 검역 절차의 과학적인 역량 제고를 강조한다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