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한국산 제품 수출 감소가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항공·물류·해운 업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행 수출 물량 감소는 관련 산업 전체의 공급망과 수익 구조에 복합적 충격을 가져올 전망이다. 특히 대한항공의 항공화물, HMM의 컨테이너 사업, 현대글로비스의 차량운반선(PCC) 부문은 미국 노선 매출 비중이 단일 노선 가운데 가장 커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3일 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 규모는 1278억 달러, 수입 규모는 721억 달러다. 미국은 중국(수출 1558억 달러)에 이어 한국의 두 번째로 큰 교역국으로, 전체 수출에서 약 15%의 비중을 차지한다. 미국의 상호·품목 관세 부과는 단기적으로 한국의 미국 수출 실적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해운·물류 산업은 자동차 등 고부가가치 화물 수출 감소로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지난해 미국 수출용 완성차 운송 비중이 전체 물량의 약 30%를 차지했다. 현대글로비스가 운항하는 PCC 선박은 한 척당 평균 5000~6000대의 차량을 적재하는데, 수출 물량이 10%만 감소해도 연간 수만 대의 선적 물량이 감소해 물류 비용 상승은 불가피하다. 나아가 기업들의 미국 현지 생산 확대가 추진될 경우 국내 중심의 기존 물류 동선을 전면 재설계해야 하는 추가 부담까지 발생할 전망이다.
HMM과 SM상선 등 미주 항로를 운항하는 컨테이너 선사들도 수익성 악화 우려가 크다. 지난해 미국의 컨테이너 수입량은 전 세계 물동량의 약 11%인 약 290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에 이른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 고율 관세 부과로 아시아발 북미행 컨테이너 물동량은 6% 감소한 바 있다.
최근 글로벌 컨테이너 운임은 전년 대비 약 40% 하락했고, 컨테이너 선박 공급이 수요 증가율을 초과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운임 하락 압력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해운사들은 미주 노선 축소와 유럽, 동남아 등 신규 시장 개척을 통한 항로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관세 확정 이후 실제 물동량의 변화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당분간 물량 감소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 산업 역시 화물 수익성 악화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대한항공의 미주 노선 화물 매출 비중은 전체 화물 매출의 약 40%였다. 미주 장거리 노선 화물 탑재량이 10%만 감소해도 연간 수백억 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해당 노선은 고정비 비중이 높아 화물 물량 감소 시 즉각적인 적자 전환 우려가 크다. 이에 항공사들은 반도체, 의약품, IT 부품 등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화물 유치를 확대하며 노선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상호관세가 기존 25%에서 15%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미국향 화물 사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