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선 “충성 고객 타격은 제한적” 시각도

정부가 농협, 수협 등의 예탁금·출자금 비과세 제도를 개편하면서 상호금융권이 예수금 이탈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대출 여력 축소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오는 9월 1일 시행되는 예금보호한도 상향에 따른 ‘머니무브’ 효과도 반감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1일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에 따르면 상호금융권 비과세 제도는 2028년까지 3년 연장하되 내년부터 소득 기준에 따라 분리과세로 방식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총급여 5000만 원 초과자는 5~9% 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다만 농어민 조합원은 기존 비과세 혜택이 유지된다.
상호금융권에서는 이번 개편이 예금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가 나온다. 설문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비과세 혜택이 폐지될 경우 전체 예수금의 약 30%에 해당하는 50조 원가량이 이탈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3000만 원까지 비과세가 적용돼 일정 수준 여윳돈을 가진 예금자 입장에서 상호금융이 유리했다”며 “그런데 여기에 소득 기준이 추가되면 예금 수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예금까지 줄면 건전성 등 지표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예금 감소는 유동성 부담으로 이어지고 조합 경영이 악화하면 조합원에게 돌아갈 몫도 줄어들게 된다”고 우려했다. 예금 축소로 제도 본래 취지였던 농어촌 등 지역경제 활성화 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상호금융권의 경쟁력 약화에 따른 위기감도 감지된다.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예금 금리가 높은 편”이라며 “그만큼 조달을 많이 끌어와야 대출이 가능한 구조인데, 이번 세제 개편으로 저축은행보다 경쟁력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비과세가 사실상 상호금융의 마지막 남은 장점이었는데, 금리가 비슷한 상황에서 비과세 혜택이 사라지면 당연히 수요는 저축은행 쪽으로 몰리게 된다”고 덧붙였다.
예금보호한도 상향에 따른 대규모 자금 유입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다른 관계자는 “금리가 높고 비과세도 되니 상호금융 쪽으로 자금이 들어왔던 것인데 이제는 저축은행으로 이동이 더 많아질 것”이라며 “상호금융권의 제도적 경쟁력이 점점 떨어지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 상호금융 관계자는 “이용자의 상당수는 은퇴한 고령층으로 분리과세 대상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며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한 일부 고객 자금은 빠질 수 있지만 충성 고객 기반까지 흔들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농협·신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의 수신 잔액은 2024년 7월 898조3069억 원에서 2025년 5월 924조4065억 원으로 10개월 만에 261조 원(2.9%) 증가했다. 그간 은행권의 수신금리 인하와 상호금융권의 예금 유치 노력이 반영되며 증가세가 이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