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대출 질 악화⋯은행권 ‘생산적 금융’ 딜레마

입력 2025-07-2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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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대출 잔액 늘고 연체율 상승
금융권 “대출 확대 정책, 현실과 괴리”
“충당금 적립 일시 유예 등 다각적 지원책을”

4대 시중은행(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의 중소기업 대출 규모가 1년 새 5조 원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체율도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건전성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첨단산업, 중소벤처기업, 소상공인 성장을 뒷받침하는 '생산적 금융' 확대를 강하게 주문하면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4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총 553조8008억 원으로 1년 전보다 5조7648억 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평균 연체율은 0.50%로 전년 동기(0.39%) 대비 0.11%포인트(p) 상승했다.

일부 은행은 대출 잔액이 줄었지만 연체율은 오히려 높아지는 등 질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하나은행은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 잔액이 3조2970억 원 감소했으나 연체율은 0.40%에서 0.54%로 상승했다. 우리은행도 잔액은 줄었지만 연체율은 0.59%까지 높아졌다. 대출 축소가 연체율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대출의 질이 악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문제는 연체율이 오르는 상황에서도 정부가 산업·기술·벤처 등 생산적 부문으로의 자금이 흘러들도록 하는 생산적 금융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자금을 부동산 중심에서 벗어나 실물경제와 연결하겠다는 취지로 금융권에도 관련 분야 자금공급을 확대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중소기업 대출의 구조적 특성과 현행 규제 체계를 고려할 때 단순한 대출 확대 유도는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중소기업·자영업자는 담보 여력이 부족하고 경기와 금리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이 있어 기본적으로 연체율이 높게 나타난다. 이러한 구조에서 대출 공급을 늘릴 경우 자산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건전성 평가 체계도 이러한 부담을 키운다. 중소기업 대출에는 일반 담보 대출보다 높은 위험가중치가 적용돼 같은 금액을 대출하더라도 금융사는 더 많은 자본을 쌓아야 한다. 대출이 늘수록 자기자본비율(BIS) 관리가 어려워지고 자본 여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신용공급 자체가 제약을 받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체율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 확대를 요구하는 것은 리스크를 금융사가 고스란히 떠안으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며 “공급 확대에 따른 손실 가능성에 대해 정부 출연이나 신용보증기금 등 공공이 일부 분담하거나 한시적인 충당금 적립 유예와 같은 제도적인 완충 장치를 마련하지 않는 이상 금융회사는 대응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일부 은행은 중소기업 대출 심사를 더 까다롭게 적용하거나 부실 가능성이 큰 업종에 대해서는 취급을 보류하고 있다. 재무구조가 불안정하거나 업황이 부진한 기업의 경우 기존보다 심사 통과가 어려워졌고 부실 가능성이 큰 업종에 대해서는 아예 대출 자체를 제한하거나 취급을 보류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음식·숙박업, 소매업 등 경기 민감 업종을 중심으로 대출 승인 비율도 눈에 띄게 낮아지는 추세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태도 지수는 -6이다. 대출태도 지수가 마이너스면 대출 취급 기준을 강화하려는 은행이 완화하려는 은행보다 더 많다는 뜻이다. 앞으로 중소기업 대출을 더 깐깐하게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 정부의 개입이 대출 시장의 왜곡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 대출은 원래 리스크가 높은 영역인데 공급만 늘리라고 하는 방식은 무리가 있다”며 “정책 방향 자체는 이해하지만 자산 건전성 관리 없이 밀어붙이면 장기적으로 시장 안정성까지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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