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원 43명 트럼프 행정부에 대응 촉구
국회, 관세 협상 감안해 8월로 논의 연기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대선 공약인 '온라인 플랫폼법(온플법)' 제정이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에 직면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미 관세 협상에서 온플법을 주요 의제로 다루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입법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미국 재계·입법부·행정부는 '삼각 편대'를 이뤄 온플법 반대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국상공회의소, 구글·아마존 등이 속한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는 윤석열 정부 때부터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명해왔다.
온플법은 대형 온라인 플랫폼의 독점적 지위 남용을 규제하고 중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으로,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는 '독점규제법'과 수수료 상한제 등을 담은 '공정화법'으로 구성된다. 독점규제법은 구글, 애플,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국내외 대형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매출 신고 의무와 특정 결제방식 강요 금지, 수수료 적정화 등 강력한 규제안을 담고 있다.
압박 수위는 최근 급격히 높아졌다. 미국 하원의원 43명은 지난 1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한국의 법안은 미국 디지털 기업들을 과도하게 겨냥한다"며 무역 협상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미 하원의원들은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테무 같은 중국 대기업은 제외하면서 미국 기업들만 규제해 중국공산당의 이익을 대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국의 법안은 유럽연합(EU)의 노골적으로 차별적인 디지털시장법(DMA)과 유사하다"며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약화하고 성공적인 미국 기업들을 불리하게 만들기 위해 고안됐다"고 비판했다.
미 하원 법제사법위원회는 24일에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온플법이 미국 기업에 미칠 영향을 설명해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서한을 주도한 에이드리언 스미스 무역소위원회 위원장과 캐럴 밀러 의원은 지난달 25일 무역 협상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25% 상호관세율' 협상에서 온플법을 주요 의제로 다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5일 "온플법이 주요하게 다뤄지고 있다는 점은 국회도 알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캐나다가 미국 기업에 디지털 서비스세를 부과한다는 이유로 무역협상을 중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달 말 워싱턴을 방문해 그리어 대표와 수차례 회담했으나 온플법 문제로 실질적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미 통상 마찰 우려가 커지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온플법 추진에 제동을 걸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22일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서 온플법을 안건으로 올렸으나 8월 이후로 논의를 연기했다.
강준현 정무위 민주당 간사는 "8월 1일이 상호관세 유예기한인데 지금 법안을 심사하면 잘못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며 "8월 중순부터 다시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민주당은 온플법을 독점규제법과 공정화법으로 이원화해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이 강하게 반발하는 독점규제법은 미루고,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공정화법을 먼저 도입하려는 전략이다.
공정화법은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등을 담되,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도록 '국내 배달앱'으로 한정하는 방향으로 논의됐다. 그러나 이마저도 통상 협상 영향을 우려해 연기된 상황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특정 국가를 차별해 법을 적용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미국의 의심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미국 의원들은 서한에서 "한국은 보호주의 목적을 달성하고 차별적인 정책 결과를 촉진하기 위해 오랫동안 경쟁법을 이용해왔다”며 “공정위가 미국 기업을 조사하면서 현장 조사와 매우 공격적인 집행 조치를 동원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