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크루즈는 선택받은 이들의 여행이 아니라, 누구나 떠날 수 있는 일상 여행의 한 방식입니다."
팬데믹 이후 침체됐던 글로벌 크루즈 산업이 빠르게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국내에서는 ‘크루즈 대중화’ 바람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부산이 아시아 크루즈 노선의 관문 도시로 부상하며, 일본 주요 항만도시들과의 해상 연계를 통해 새로운 관광 벨트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
최근 한국 최초의 크루즈 전문 예약 플랫폼인 크루즈TMK가 발표한 '2025~2026 크루즈 동향 및 분석 보고서'도 이 같은 흐름을 뒷받침한다. 보고서는 향후 크루즈 시장의 키워드로 △단거리 아시아 노선 확대 △2030세대 및 가족 단위 여행객 증가 △맞춤형 테마 상품 확산 등을 꼽았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부산–일본 간 해상 네트워크 강화라는 흐름이 분명히 자리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부산항을 찾은 크루즈는 166항차, 승객 수는 20만 명을 넘어섰다. 코로나 이전 대비 약 80% 수준까지 회복된 수치다. 내년에는 200항차 이상이 입항할 것으로 전망되며, 부산이 단순한 기항지를 넘어 크루즈 여행의 출발지(모항지)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부산시는 북항 재개발, 국제여객터미널 환경 개선, 도심 연계 교통 인프라 정비 등을 통해 크루즈 친화 환경을 꾸준히 강화해왔다. 이에 따라 남포동, 해운대, 전통시장 등 시내 주요 상권은 입항일 기준 매출이 평균 20~30% 증가하는 긍정적 효과를 얻고 있다.
부산에서 출발하는 크루즈는 후쿠오카, 나가사키, 오사카, 사카이미나토, 가고시마, 오키나와, 홋카이도(삿포로) 등 일본의 핵심 항만을 연결하는 다양한 노선으로 확대되고 있다.
일부 노선은 대만의 타이중·타이난까지 연장돼, 한·일·대만을 잇는 아시아형 해양 관광 루트로 진화하고 있다.
이처럼 복수 항구를 경유하는 단거리 순환 노선은 이동 시간 대비 체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최적화돼 있어, 직장인과 크루즈 입문자, 가족 단위 여행객 사이에서 높은 선호도를 보이고 있다.
현재 부산- 큐슈- 오키나와 – 대만 코스와 부산 – 사카이미나토 – 북해도 코스 두가지 코스가 각기 다른 매력으로 성황중이다.
한때 은퇴층 전유물로 여겨졌던 크루즈는 이제 2030세대와 실속파 여행객의 주목을 받는 대중형 여가 방식으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부산을 출발해 3~5일 내외의 짧은 일정을 도는 상품이 인기를 끌며, 여행 패턴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건강식·요가·와인·명상 등 테마형 크루즈는 물론, 1인 전용 혼행 패키지, 키즈존 중심의 가족형 객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크루즈TMK 윤소영 상무는 “선박 규모와 가격대가 다양해진 데다, 프로그램 선택권도 넓어지며 크루즈는 누구나 접근 가능한 여행으로 재정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각 항만도시들도 한국발 크루즈 노선 확대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후쿠오카, 오사카, 나가사키 등 기존 기항지는 물론, 가고시마·사카이미나토·오키나와·홋카이도 등은 크루즈 승객 유치를 위한 현지 체험형 콘텐츠 보강과 관광지 간 연계 서비스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관광청 관계자는 "부산을 포함한 한국 도시들과의 연계는 지역경제 재도약의 기회"라며, "특히 한국의 젊은층 유입은 항만 도시들의 서비스 혁신을 유도하는 긍정적 자극"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언론들도 "한·일 양국이 해상 관광을 통해 새로운 문화공동체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재형 부산크루즈산업발전협의회 회장은 "이제 싹을 틔우기 시작한 크루즈 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여행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세분화된 경험 △가격대별 상품군 확장 △친환경 선박 운항 확대 △국가 간 공동 마케팅 전략 등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