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크루즈 산업이 본격 성장 궤도에 진입하는 시점에, 공공과 민간이 각기 다른 협의체를 잇달아 출범 또는 추진하면서 업계 안팎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간 업계가 자발적으로 출범시킨 협의체와 부산항만공사(BPA)가 준비 중인 별도 협회가 역할 구분 없이 공존하는 구조가 되면, 정책 혼선과 주도권 갈등으로 산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부산크루즈산업발전협의회'는 7일 정기총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해운·항만·관광·선용품 등 크루즈 관련 산업 전반의 30여 개 지역 기업이 참여했으며, 자발적 논의를 통해 실무 중심의 민간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해당 협의회는 올해 초부터 준비 모임을 이어왔고, 지난 5월에는 이탈리아 국적 코스타세레나호에서 콘퍼런스를 개최하는 등 현장과의 밀착형 네트워크 형성에 힘써왔다.
초대 회장으로 선출된 최재형 부산티앤씨 대표는 "협의회는 세계 최대 크루즈선사 그룹 카니발코어퍼레이션과 코스타크루즈 등을 포함해 부산의 주요 크루즈 연관 기업들이 모두 참여해 오랫동안 준비를 해왔다"며 "부산의 대다수 공공기관도 협의회 필요성에 공감했고 그 결과 7월 7일 총회를 통해 발족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BPA는 "공식적 글로벌 협력 채널과 정책제언 창구가 필요하다"며 올 하반기 '부산크루즈산업협회(가칭)' 출범을 예고한 상태다. 지난 6월부터 팬스타, 롯데관광개발, 부산관광공사, 부산시관광협회 등 국내 기관은 물론, 로열캐리비안·MSC·카니발·노르웨이지안(NCL) 등 글로벌 4대 크루즈 선사, 그리고 국내 에이전시들과도 협력체계를 논의해 왔다.
BPA 관계자는 "민간 협의체는 실무 중심 네트워크에 가까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신설되는 협회는 크루즈산업을 종합적으로 발전시키고 협업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협회 출범 후 부산관광공사와 부산항만공사는 후원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개의 협의체, 결국 주도권 싸움 아니냐"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BPA가 민간 협의체 출범 직전에 별도 협회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관(官)이 민간의 노력을 하이재킹하려 한다"는 시각도 번지고 있다.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같은 목표를 이야기하면서 왜 따로 가야 하느냐"며 "관이 앞장서는 구조가 되면 민간은 결국 들러리가 된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업계 인사는 “산업 발전을 위해 단일 창구가 절실하다. 지금처럼 이원화되면 크루즈선사와 외국 파트너들에게도 혼선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크루즈 산업이 항만·관광·물류 등 복합산업이기 때문에, 민관이 협력하지 않으면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말한다. 특히 세관, 출입국, 검역 등은 공공의 영역이고, 현장 마케팅과 상품 기획은 민간의 몫이므로 역할 구분과 협력 구조 설계가 핵심이라는 분석이다.
한 해양산업 전문가는 "관이 모든 방향을 설계하고 민간이 따라가는 방식은 과거 정책 실패의 반복"이라며 "공식 협회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민간의 자율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올해 부산항에는 총 185항차의 크루즈선이 입항하고, 관광객 수는 2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이후 최대 실적이다. 하지만 산업 성장을 위한 협의 채널이 두 갈래로 나뉘면,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