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전환' 김동철 한전 사장...관사 마다하고 간이침대 '숙박 경영' [CEO 탐구생활]

입력 2025-07-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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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적자 허덕이던 한전에 '반전' 쾌거...경평 A등급에 영업 흑자까지
김동철 "사상 초유의 재무위기 외부 탓 돌리지마라...냉철한 자기반성"
수익구조 다변화, 조직 효율 극대화 등 연초 내놓은 비전 추진할 듯

만년 적자에 허덕이던 한국전력공사(한전)에 청신호가 켜졌다. 공공기관 경영 평가 A등급(우수), 7개 분기 연속 영업 흑자. '빚더미 공기업'으로 불렸던 한전 앞에 붙는 수식어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김동철 한전 사장이 있다.

2023년 9월 22대 한전 사장으로 취임한 김 사장은 4선(17~20대) 국회의원 출신이다. 한전 역사상 첫 정치인 출신으로 기용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지만, 기대보단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정치에는 오랜 경력을 지녔지만, 전력 분야 비전문가인 김 사장이 심각한 재무위기에 직면한 한전에 반전을 일으킬 수 있겠냐는 노파심 때문이다. 그러나 김 사장은 정치인 특유의 돌파력을 발휘해 한전의 구조적인 난제를 하나씩 풀어갔다.

특유의 돌파력으로 '흑자 전환' 성공...현장 행보까지

총부채 202조 원, 누적적자 43조 원. 취임 초기부터 김 사장의 어깨를 짓누른 무거운 숫자다. 취임과 동시에 그야말로 '역대 최악'의 재무 상황을 맞닥뜨렸지만 김 사장은 한전의 만성적자 원인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사상 초유 재무위기의 모든 원인을 외부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 되며, 냉철한 자기반성을 통해 '제2의 창사'라는 각오로 새로운 기회의 영역을 선점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말 뼈아픈 소리지만 그동안 한전이 공기업이라는 보호막, 정부보증이라는 안전판, 독점사업자라는 우월적 지위에 안주해온 것은 아닙니까?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미래대비를 소홀히 한 채 무사안일했던 것은 아닙니까?"라며 직원들을 강하게 질책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결연히 나아가겠다"는 일성과 함께 정면 돌파를 택했다. 취임 직후 전남 나주 본사 바로 옆 관사도 마다하고 집무실을 워룸(비상경영 상황실)으로 이름 붙이고 간이침대에서 이른바 '숙박 경영'을 시작했다. 그야말로 파격적인 행보였다. 당시 김 사장은 한전 간부들에겐 "당면 위기 극복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때까지 이번 추석 연휴를 포함한 모든 휴일을 반납하고 24시간 핵심 현안을 챙기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의 '숙박 경영'은 책상이 아닌 '현장'으로 이어졌다. 중요한 사안이 있을 때면 직접 브리핑과 인터뷰 등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고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고위 관료는 물론 여야 핵심 국회의원들과도 만나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 한전의 자구 노력 등을 설명하기도 했다. 특단의 고강도 자구책도 내놨다. 인력 효율화를 위해 희망퇴직을 단행해 본사조직을 20% 축소하고 한전의 상징적인 자산인 인재개발원 부지도 매각도 공식화했다.

한전 4년 만에 '흑자 전환' 성공...주가도 우상향 곡선

김 사장의 이런 노력은 빛을 발했다. 한전은 지난해 4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1조9000억 원의 영업 이익을 냈다. 한전 주가도 올해 초 대비 50% 이상 반등했다.

특히 한전은 최근 발표한 '2024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A등급(우수)을 받으며 긍정적인 성과를 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탁월(S), 우수(A), 양호(B), 보통(C), 미흡(D), 아주 미흡(E) 등 6개 등급으로 구성된다. 최근 3년간 'S 등급'을 받은 공공기관이 없어 A등급이 사실상 최고 등급인 셈이다. 한전이 A등급 성적표를 받아든 건 9년 만이다.

이는 만년 적자에 허덕이던 한전이 뚜렷한 성과지표를 낸 결과다. 한전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94조13억 원, 영업이익 8조3489억 원을 기록하며 4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6.6% 늘었고 영업이익은 4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지난해 한전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179.5% 증가한 3조7484억 원을 기록했다. 전기료 인상에 따른 실적 개선뿐 아니라 조직 개편, 인력 감축, 자산 매각 등 자체적인 구조조정 노력이 경영 평가단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올해도 한전은 계속해서 긍정적인 지표를 보인다. 올해 1분기(1~3월)에도 1조9000억 원 영업이익을 냈다. 실적 개선은 주가에도 반영됐다. 올해 초 1만9400원대였던 주가는 상반기를 거치면서 4만 원을 돌파했다. 한전 주가가 종가 기준 4만 원을 넘은 건 2017년 10월 25일(4만 원) 이후 7년 8개월 만이다.

그러나 김 사장은 안주하지 않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달 24일 전남 나주혁신도시 본사에서 1박 2일 동안 열린 대토론회에서 "한전의 반등은 이제 시작이다. 흑자 전환이라는 결과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며 "재무개선, 전력망 확충 등 핵심 과제를 흔들림 없이 추진할 수 있게 2만3000여 한전 직원 모두 최선을 다하자"고 말했다.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등 새 정부 에너지 정책 이행 속도

한전은 앞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RE100 이행 기반 마련 등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차질없이 이행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전력망 건설은 친환경 재생에너지 대전환과 국가 첨단전략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뒷받침하는 전략적 기반이자 실행 중심축"이라며 "건설 혁신, 제도 개선 등을 통해 망 건설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세계 최초로 데이터센터 초전도 전력망도 추진한다. 최근 한전은 LS전선·LS일렉트릭과 2028년 완공을 목표로 경기 가평군에 조성 중인 초대형 데이터센터에 세계 최초로 초전도 전력망을 구축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초전도 전력시스템은 도심 변전소 설치 공간 절약과 전력시스템 구축 기간 단축 등 대규모 전력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좁은 국토 등 여러 여건상 신규 전력망 건설이 쉽지 않은 국내 상황에서 송전망 부족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 사장은 올해 초 발표한 비전대로 본업사업 고도화, 수익구조 다변화, 생태계 혁신 주도, 조직효율 극대화 등을 계속해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적기 전력공급·수급균형을 위한 전력망 확충, 전력망 지능화·유연화를 통한 계통 신뢰성 제고 등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에 대한 기대감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지표는 주가다. 증권가에선 국제 유가 안정화 등의 영향으로 한전 주가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한전은 분기별 연료비 조정단가를 올리지 않아도 올해 연간 실적을 개선할 전망”이라며 “전기요금 수준이 그대로지만 국제 에너지 가격이 전년 대비 낮아져 마진이 개선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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