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보물질의 경쟁력이 확보됐을 때 가능한 한 빠르게 제품화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데이터를 갖고 있더라도 경쟁 후보가 먼저 시장에 진입하면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박영민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 단장은 최근 본지와 만나 신약개발 과정에서 ‘골든타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박 단장은 “개발 일정 관리와 경쟁약물 대비 우위를 지속해서 점검하고, 개발 지연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면서 “데이터 확보 시점부터는 사실상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국내 신약개발 생태계가 위축되지 않기 위해선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 단장은 “최근 몇 년간 바이오 투자 열기가 식으면서 다수의 기업이 재정난으로 인해 개발을 계획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경쟁력 있는 새로운 과제가 조기에 사장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해 신약개발이 중단되는 경우가 많다”라면서 “초기 개발과제에 대한 과감한 선별 투자, 기관 부담금 방식의 유연화 등이 제도적으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박 단장은 “중단된 과제라도 기술적 자산이 될 수 있는 만큼, 객관적 평가를 바탕으로 후속개발 연계가 가능하도록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생태계 지원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약개발 과정에서 인허가 지연이 상업화의 발목을 잡는 사례도 반복되고 있다. 박 단장은 “결국 인허가는 데이터 싸움”이라며 “규제기관이 요구하는 품질, 안전성, 유효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보완 요구가 반복되고 일정이 늘어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기술 기반 신약의 경우, 국제 가이드라인이 미비하거나 국가별로 규제 기준에 차이가 있어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신 규제 동향을 반영해 허가 전략을 사전에 수립하고, 규제기관과의 미팅을 통해 과학적 자문과 사전 검토를 받는 것이 인허가 지연을 줄이는 핵심이다. 박 단장은 “정부 차원에서는 신기술에 대한 규제 유연성과 국제적 규제 조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또한 신약개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선 빠른 출시가 중요하다. 박 단장은 “기존 치료제 대비 우수한 데이터를 확보하고도 경쟁 후보물질이 먼저 출시되면 그 기술의 가치는 반감된다”라며 “개발 일정과 경쟁력 유지가 신약개발 성패를 가르는 핵심”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박 단장은 “가지고 있는 파이프라인이 적을 경우, 탈출전략이나 전략 수정이 쉽지 않아 오히려 과감한 결정이 더 어려울 수 있다”며 “내부 자원만으로 해결이 어려운 부분은 외부 전문가나 정부 지원을 통해 함께 보완해나가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범부처 국가신약개발사업’을 총괄 운영하는 기관이다. 2021년부터 2030년까지 총 2조20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바탕으로 신약개발 전 주기에 걸친 지원을 수행하고 있다.
KDDF의 전략적 지원은 기술이전과 임상 진입이라는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협약 과제 중 34개 과제가 단일 또는 복수 기술이전에 성공했고, 이 중 44%가 연구개발(R&D) 및 사업화 관련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았다.
최근 KDDF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JP모건 헬스케어 포럼 등 글로벌 행사 참여를 통해 국내 기업의 기술과 역량이 효과적으로 소개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국내 기업이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이다.
박 단장은 “해외 파트너사들이 KDDF를 통해 국내 기업과의 연결을 요청해오는 경우도 늘고 있다. 상시 파트너링 시스템과 1대1 미팅 등을 통해 실질적인 협력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박 단장은 “기업의 자체 사업개발 역량이 부족한 경우, 글로벌 사업개발(BD) 언어로 기술을 재정의하고 시장에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맞춤형 전략을 설계하고 실행하고 있다”며 “(KDDF가) 단순한 펀딩 기관이 아니라 국내 신약개발사와 함께 기술의 가치를 키우는 전략 파트너”라고 힘줘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