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환 여력 더 취약⋯“고령화 사회 위험 요인”

고령층의 채무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60대 이상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전 연령대보다 낮지만, 연체율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부담과 소득 단절 속에서 금융 취약성이 구조적으로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 통계로 확인된 셈이다.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가계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차주의 평균 연체율은 0.97%로 집계됐다. 이 연체율은 한 달(30일) 이상 원리금을 연체한 대출을 기준으로 산정한 수치다. 연령대별로는 △30대 이하 0.66% △40대 0.85% △50대 1.19% △60대 이상 1.26% 순으로, 나이가 많을수록 연체율이 뚜렷하게 높다.
60대 이상 고령층의 평균 대출 잔액은 8564만 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평균(9581만 원)은 물론 40대(1억1982만 원), 50대(9840만 원)보다 적었지만 연체율은 가장 높았다. 반면 40대는 전체 연령대 중 평균 대출 금액이 가장 많았음에도 연체율은 0.85%로 비교적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고령층의 상환 여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은퇴 이후 소득이 끊긴 상황에서도 생활비, 의료비, 자녀 지원 등 필수 지출이 지속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고정 소득 없이 대출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 자체가 고령층의 금융 취약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은행권이 취약 차주에 대한 대출 심사를 강화하면서, 일부 고령층 차주들이 제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이들 중 상당수는 생활비나 사업자금 마련을 위해 보험사를 통해 보험을 담보로 대출을 늘렸다. 이로 인해 보험권의 가계대출 연체율 역시 고령층을 중심으로 상승했다. 특히 고령 차주의 자산이 주로 부동산에 묶여 있어 자산 유동화가 어려운 만큼 금리 상승기에는 상환 부담이 더욱 커지는 구조다.
이에 정부는 고령층의 이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보험계약대출 우대금리 제도 도입을 추진했다. 이달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고금리 계약을 보유한 60대 이상 차주의 이자 부담을 일정 부분 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말 기준 보험계약대출 중 6% 이상 고금리 계약 잔액 비중은 전체의 23.2%(16조6000억원)로 집계됐다. 이중 60대 이상이 27.5%로 가장 높았으며 50대가 25.3%로 뒤를 이었다.
박춘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령층의 가계부채에는 생계비, 자영업 자금, 부동산 자산 기반의 경제활동 등 위험 수준이 다른 다양한 부채가 혼재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빠르고 고령층의 소득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년 시기의 부채가 60세 이후까지 해소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고령기에 접어들며 근로소득의 불확실성이 급격히 높아지는 구조적 문제를 반영한다”고 덧붙였다.



